[김홍배 기자]'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대학원생 최모(27·여)씨는 요즘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집에서 한 시간 넘게 걸리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한다.
지난 8월 회당 6만원, 10회에 60만에 이르는 돈을 내고 개인교습(퍼스널 트레이닝·PT) 계약을 했다가 개인 사정으로 휴학을 하게 되면서 집을 옮기게 돼 환불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실제 교습을 한 번도 받지 않았으니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업체 측은 계약서에 환불이 안 된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에 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최씨는 계약 당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업체 측은 구두로 설명했다며 맞섰다. 결국 최씨는 한 달 넘게 '옛 동네'를 왔다갔다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회사원 조모(36)씨는 최근 체중이 10㎏ 이상 늘었다. 개인교습이 중단되면서 헬스장을 찾는 횟수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몇 달 전만 해도 이른바 '초콜릿 복근'이 있을 정도로 탄탄한 몸매를 자랑했던 그였다.
조씨는 지난 2월 회사 근처에 있는 피트니스 센터에 120만원을 내고 1년 회원권을 끊었다. 시간이나 횟수 제한 없이 6개월 동안 원하는 만큼 개인교습을 수강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넉 달 뒤 피트니스 센터 운영자가 바뀌면서 조씨는 더 이상 개인교습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피트니스 센터 측은 이전 사업자와 계약한 내용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조씨는 계약서까지 내밀며 환불을 요구했지만 '돈을 받은 것은 우리가 아니지 않느냐'는 답변만 돌아왔다.
피트니스 센터와의 실랑이는 두 달 넘게 이어졌고 그 사이 당초 계약서에서 정한 6개월이 흘렀다. 조씨는 "처음부터 계약서에 기한을 정하지 않고 횟수를 정하는 것이 더 나을 뻔했다"며 "흐지부지 시간만 보내면서 환불도 못 받고 교습도 끝까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피트니스 센터의 개인교습을 다 받지 못했는데도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실제 최근 3년 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트니스 개인교습 관련 피해구제 건수는 총 608건이었다.

연도별로는 2012년 135건, 2013년 139건, 2014년 261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올 3월까지 접수된 피해구제 건수는 73건에 이른다.

이 중 86.8%인 528건이 환불과 관련된 사례였다. 특히 개인교습 횟수에 유효기간이 있는 경우 분쟁이 많았다.

소비자원이 분석한 개인교습 계약서 가운데 75%는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유효기간을 정했거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환불과 양도를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원은 "사업자가 이용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계약 조건을 정하면 그 계약서는 효력을 갖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계약서에 정상 요금과 환불 규정 등을 명확하게 적어야 하고, 이러한 내용을 이용자에게 설명해 동의를 구한 뒤 계약을 맺어야 한다"며 "계약을 맺은 후에는 해당 계약서를 이용자에게 교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피트니스 센터 측은 "우리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일방적인 계약해지나 환불요구 등 회원들의 '변심' 역시 지나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개인교습 붐이 일면서 업체마다 가격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회원들의 '변심'은 센터 운영에 큰 타격을 미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최씨가 다니는 피트니스 센터의 운영자 A씨는 "계약 당시 요금과 횟수, 주의 사항 등을 꼼꼼하게 설명했고 최씨의 동의를 받은 뒤 계약서를 작성했다"며 "최씨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계약을 어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 업계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입소문이 가장 무서운데 어떻게 일방적으로 회원을 내쫓거나 함부로 대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 시내 한 피트니스 센터에서 트레이너로 일하는 유모(28)씨는 "회원들이 비싼 돈을 낸 만큼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개장 시간이 아닌데도 그 시간에만 운동할 수 있다며 막무가내로 문을 열 것을 요구하거나 다른 회원과의 PT 시간을 바꿔달라고 떼를 쓰는 등 지나치게 목소리가 큰 회원들 때문에 힘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장기 회원을 모집해 고액의 등록비만 챙기고 달아나는 이른바 '헬스장 먹튀' 피해사례도 늘고 있다.

A씨는 "일부 범죄자들의 사기 행위 때문에 이용자뿐만 아니라 졸지에 일자리를 잃게 되는 트레이너들도 피해를 입는다"며 "처음부터 믿을 만한 센터를 찾아가거나 한 동네에서 오랫 동안 회원들을 잘 관리하는 곳을 추천받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트니스 센터가 너무 많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전문성을 갖춘 곳만 허가를 하고, 불법 영업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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