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도 불구하고 그룹 경영에 공격적인 드라이브를 걸었다.

롯데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형제간 소송 중 가장 큰 쟁점이 신동빈 회장의 '중국투자 실패'여부라는 점에서 최근 보폭을 넓힌 행보는 경영권 분쟁에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 측은 중국투자 실패를 문제 삼고 있다. 신동빈 회장 측이 경영에 실패했다는 재판부의 판단을 이끌어 내겠다는 의도다.

신동주 회장 측은 신동빈 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중국 사업에 투자해 대규모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신동주 회장 측이 주장하는 부실 규모는 1조원 이상.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세부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신동빈 회장은 태연하다. 오히려 반박이라도 하듯 그룹 경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신동빈 회장은 삼성그룹의 석유화학 계열사 인수를 직접 단행했다. 그야말로 깜작 발표다. 이는 가족간 갈등과 무관하게 롯데그룹의 미래를 위한 경영활동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이날 롯데케미칼은 삼성그룹으로부터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에 대한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총 인수 금액은 3조원 가량이다. 이로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매출 14조9000억원에 삼성 3개 화학사 매출 4조3000억을 더해 총 19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종합석유화학 업체로 거듭날 전망이다.

3조원이라는 통큰 배팅은 신동빈 회장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이번 인수는 신동빈 회장이 직접 삼성 측에 인수 의사를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지난 여름 직접 만나 인수를 논의하면서 담판을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가족분쟁에도 신동빈 회장의 내실 다지기 경영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기업 외부의 쓴소리에 귀를 열며 기업문화를 적극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업문화개선위원회에 참석해 주요 개선과제들을 논의했다. 기업문화개선위는 지난 8월 신 회장이 경영권 분쟁사태를 둘러싸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롯데 변화를 위한 혁신방안으로 제시한 조직이다.

그는 "외부의 쓴 소리를 기탄없이 경청해 적극 수용하고, 다양한 개선책을 추진해주길 바란다"며 "임직원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직장, 고객과 파트너사의 사랑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롯데의 상명하달식, 수직적 군대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등 외부인사의 조언에 대해 "저도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의 자세로 여러분의 쓴 소리를 롯데를 바꾸는 소중한 아이디어로 생각하고 적극 활용하고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직원들이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신동빈 회장은 답했다.

'신동빈의 남자'로 자리매김한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 역시 신동빈 회장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이 부회장은 지난 21일 그룹 인트라넷에 올린 '임직원에게 전하는 글'에서 "글로벌 경제환경 속에서 계속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된 유능하고 검증된 분, 지금까지 롯데그룹의 성장과정에서 검증되고 고락을 함께하며 임직원의 신뢰를 쌓은 분이 그룹을 이끌어 나아가야 한다"며 신동빈 회장을 지지했다.

특히 순환출자 해소에 대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며 책임경영 강화에도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신동빈 회장이 책임경영 강화 차원으로 롯데제과 주식 3만주를 추가 매입, 개인 지분율을 8.78%까지 늘렸다. 지난달 30일 시간 외 대량매매를 통한 690억원 규모의 주식 매입으로 신동빈 회장의 롯데제과 지분율은 기존 대비 2.1% 늘어났다.

롯데그룹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해 지난 8월에도 신동빈 회장이 롯데제과 주식 1만9000주(1.34%)를 매입, 기존 순환출자 고리 416개 중 140개를 해소한 바 있다. 이어 지난달 27일 호텔롯데가 1008억원을 들여 3개 계열사 보유 주식 총 12만7666주를 매입함으로써 앞서 약속한 ‘순환출자 고리 80% 이상 해소’작업을 완료했다.

사실 이 같은 신동빈 회장의 경영적 결단은 공교롭게도 경영권 분쟁 사태에 맞물려 있다. 재계 일각에선 신동빈 회장에겐 가족분쟁에 얽혀 고단한 시간에서도 M&A 행보, 그룹 내부의 개선책 마련 등 롯데 원리더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내다봤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주 회장 측은 부친의 의지를 명분으로 들고 있는 반면 신동빈 회장은 검증된 경영능력을 제시해왔다"며 "신동빈 회장의 그룹 장악력, 롯데의 미래 비전에 대한 과감한 행동력을 확실하게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권 분쟁으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해야했을 정도로 시련을 겪는 와중에도 그룹의 비전을 향한 경영활동은 흔들림 없이 지속했던 셈.

이는 "경영과 가족의 문제를 혼동해서는 안된다"고 수차례 밝혀왔던 신동빈 회장의 소신과도 일맥상통 한다.

신동빈 회장은 기업문화개선위원회 위원들의 의견을 들은 후 "나도 오너이기 전에 전문경영인의 자세로 임하겠다"며 "여러분의 말을 롯데를 바꾸는 소중한 아이디어로 생각하고 적극 활용하고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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