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품 '웃고' 전자·석유 '제한적'

한국과 캐나다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8년8개월 만에 타결된 가운데 국내 수출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1일 산업통산자원부에 따르면 서울에서 열린 통상회담을 통해 한·캐나다 FTA 협상을 타결했다. 캐나다는 규모면에서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자 1인당 GDP가 5만 달러에 달하는 구매력이 높은 시장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시장점유율은 올해 기준 1.5%에 그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 주요 경쟁국이 캐나다와 FTA를 체결하지 않은 만큼 시장 선점도 크다는 평가다.

▲ 박근혜 대통령과 스티븐 하퍼(Stephen Harper) 캐나다 총리가 이 11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자동차(22억2700만달러, 수출액 42.8%)를 비롯해 휴대폰, 가전제품 등 공산품을, 캐나다는 유연탄(15억8700만달러, 수출액 33.6%)을 비롯해 밀, 구리, 육류 등 천연자원 및 농축산물을 수출하고 있다.

◇자동차·부품 '방긋'

우선 한·캐나다 FTA 타결로 가장 수혜 받는 품목으로는 자동차가 꼽혔다. 자동차는 6.1% 관세 철폐로 수출에 가장 큰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현대·기아차는 국내공장에서 생산한 연간 15만~20만대의 자동차를 캐나다에 수출하고 있다. 관세 철폐로 캐나다 현지 현대·기아차 판매법인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 마케팅 강화를 통해 수출량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또한 한국GM, 쌍용차, 르노삼성 등도 당장의 효과보다는 북미 시장에서 FTA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캐나다 FTA 발효로 관세가 철폐되면 결과적으로 가격 경쟁력은 강화될 것"이라면서도 "캐나다 시장이 이미 성숙 단계로 진입한 선진국 시장이라는 점에서 판매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도 수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원가절감을 위한 글로벌 아웃소싱이 확대되는 가운데 테이퍼링 이후 미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최대 수입국인 미국 대신 다른 나라로 눈길을 돌리는 바이어가 늘고 있는 점도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산 타이어에 물리는 관세는 7% 수준"이라며 "한-캐나다 FTA를 통해 수출경쟁력이 늘어나면서 국내 타이어 업체들에게도 매출 확대 등 다양한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수출규모는 작지만, 중국 등 아시아계 이민자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소비가 확산되고 있는 한국산 라면, 소스, 화장품 등도 수혜 효과가 클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산 라면은 1~2인 가구가 늘면서 조리가 간편한 인스턴트 식품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아시아계 식품점 뿐 만 아니라 현지 대형 식품체인점에서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전자·석유화학 "환영하지만 효과는 제한적"

전자제품 업계에서는 한·캐나다 FTA 체결에 따른 수출경쟁력 향상 측면에서는 환영하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 및 LG전자의 경우 휴대폰, 반도체 등이 ITA협정에 따라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으며, 냉장고 등 가전제품의 경우 캐나다로 수출되는 제품은 인접한 멕시코, 미국 등에의 생산기지에서 생산돼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캐나다 FTA협정 체결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글로벌 비즈니스 교역량 증가 및 이에 따른 교역 인프라 등이 늘어나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도 "큰 효과보다는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향상 측면에서 전자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석유화학 제품도 FTA 타결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우선 우리나라 석유화학 제품의 최대 교역국은 중국으로, 지난해 캐나다와의 교역량은 수출량은 약 1억2500만 달러(1329억원, 전체 0.3%), 수입량은 약 6400만 달러(680억원, 전체 0.4%)정도다.

더욱이 지리적으로 거리가 멀어 기존 캐나다와 FTA를 체결한 인접 경쟁국과 비교 20~30%의 운송비를 더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불리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캐나다는 대부분의 석유화학 제품을 미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수출도 미국에 주로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캐나다와의 교역량 자체가 굉장히 작아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천연자원 ·농축수산물 업계 '글쎄'

농축수산물 등은 싼 가격에 대량으로 수입되는 캐나다산에 밀려 어느정도의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한-미국, 한-EU FTA 등으로 쇠고기 시장이 개방돼 있어 어느정도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아울러 현재 캐나다로부터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는 유연탄(15억8700만원, 수입의 33.6%), 구리 등의 천연자원 등도 필요에 의해 수입하는 물품으로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무역업계 한 관계자는 "캐나다로부터 수입하는 물품은 대부분이 필요에 의해 받고 있는 천연자원"이라며 "유연탄, 구리, 펄프 등은 관세가 거의 없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농축수산물의 경우도 현재 한-미FTA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가속화된데다 최근 한-호주 FTA로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외국산 쇠고기의 각축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한-캐나다 FTA 체결에 따른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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