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
“환자와 나를 위하여 병문안을 자제합시다.”

보건복지부는 27일 “병문안객은 입원환자 치료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본원칙에 따라 병문안객을 줄여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복지부는 이날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에서 정진엽 복지부장관, 환자단체연합회 대표, 병원협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민·관 합동 병문안 문화개선 선포식’에서 이러한 내용을 결의했다.

이는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의 원인 중 하나로 우리나라 특유의 잦은 병문안 문화가 지적된 바 있다. 보건복지부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주중에 하루 2시간으로 병문안을 제안하는 방안을 권고키로 한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의료기관 입원환자 병문안기준 권고안에는 병원 진료와 회진, 교대시간, 환자 식사시간을 피해 병문안이 가능하도록 병문안 허용시간대를 설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주중에는 오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2시간만 병문안을 허용하고, 주말에는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 오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허용하는 방안이다.

또 병문안 제한이 필요한 사람의 경우 스스로 병문안을 자제하도록 했다. 감기 등 호흡기 질환자나 설사나 복통 등 급성 장 관련 감염이 있는 경우, 피부병이나 최근 감염성 질환자와 접촉한 경력이 있는 경우, 임산부와 70세 이상 노약자, 만 12세 이하의 아동, 항임치료 등 면역기능이 떨어진 사람 등 감염병에 취약한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그러나 병문안 과정에서 메르스가 확산한 것은 사실이지만 병문안객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게 주된 원인이었다. 메르스가 확산된 후 병원들은 병문안객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고, 병문안객을 통한 메르스 확산을 차단했다. 물론 무슨 의무처럼 병문안 가는 문화는 개선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병문안 문화 개선은 보건복지부가 전면에 나서 추진할 일은 아닌듯 싶다.

더욱이 메르스 확산 이유를 방역미숙이 근본 이유임에도  방역감시체계의 실패 때문이 아니라 국민의 미개한 ‘병문안 문화’ 탓이라는 듯이 접근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사회와 격리된 환자들은 병문안 온 지인의 응원에 힘입어 치료의 의지를 다지기도 한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 등에서도 병문안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우리가 그들보다 병문안을 많이 한다는 연구결과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선지 복지부가 내놓은 보도자료는 ‘병문안 자제가 강제사항은 아니고 권고사항이다’ ‘의료기관에서 병문안객을 대상으로 일일이 감염 여부를 확인하자는 뜻은 아니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메르스 사태에서 문제의식을 제대로 느낀 정부라면 병문안객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짜낼 시간에 병원 내 감염관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대형병원 감염관리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중소병원에서는 아예 감염관리라는 개념조차 없는 상황 아닌가.

오늘 발표한 권고안이 제대로 시행, 정착될지는 미지수다. 권고안이 말그대로 '권고'일 뿐인데다 복지부가 이행 여부를 관리, 감독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권고안 위반이 '적발'되도 별다른 처벌 규정도 없다. 

일례로 복지부 권고에 따라 전국의 모든 병원들이 면회시간을 오후 6에서 8시, 두시간으로 정한다 해도 낮에 찾아온 병문안객들을 병원이 돌려보내기는 사실상 불가능 해 복지부 권고안이 말그대로 생색내기용 '권고'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건 전문가들은 "면회시 올바른 손씻기와 기침 예절 등을 홍보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면회 일괄 제한은 효율적인 대책도 아니고 실현될 수도 없다"며 "간병인에 대한 보험 혜택을 확대시행하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환자를 돌봐주는 포괄간호서비스 실시 등 선진적인 간호·간병제도 도입이 우선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낮엔 면회 오지 말라'고 말하는 복지부 관계자들이 정작 낮 시간에 병문안을 안 가는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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