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12월13일. YS(김영삼 전 대통령)·DJ(김대중 전 대통령)·JP(김종필 전 총리)가 한 자리에 섰다. DJ가 장난치듯 YS와 악수하며 손을 잡아당겼고, YS는 무게중심을 잃고 앞으로 쓰러지며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어떤 장면일까. 통일민주당 총재였던 YS는 이때 DJ로부터 평화민주당이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말을 언론에 유포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YS는 이날 회동에서 "나는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으며 그런 풍문의 근원이 어디인지도 모른다"고 해명했다.

그는 DJ가 그렇다면 왜 공식해명을 안하느냐고 불만을 표시한데 대해서는 "공식으로 그런 일이 없다고 발표하면 오히려 그런 루머가 크게 부각된다"고 말했다. YS·DJ·JP는 이날 '5공화국 청산', '민주화 개혁' 등에 대한 합의를 도출했다.

평생의 맞수였던 YS와 JP의 미묘한 관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장면인 셈이다. YS는 이로부터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1990년 1월22일 노태우 전 대통령, JP와 손을 잡고 '3당합당'을 한다.

YS는 당시 "호랑이를 잡으려고 호랑이굴에 들어간다"고 말했지만, 이 사건 후 두 사람은 연을 끊다시피 했다.

YS와 DJ가 정치 현장에서 활약하던 당시의 취재 사진이 오는 30일 대거 공개된다.

47년 간 사진으로 역사를 기록해 온 '현역 최고참' 권주훈 기자(72·뉴시스 사진영상부 편집위원)는 현직 언론인 생활을 마감하며 11월30일~12월1일 국회 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렌즈로 쓴 혼돈과 격동의 역사' 사진전을 갖는다.

1979년 10월16일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대통령 서거부터 2013년 2월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까지 이땅의 36년 정치 현장을 증언하는 사진들이 전시된다.

'박정희 대통령 유고'를 알리는 사진, 박정희 대통령 서거 발표와 장례 행렬, 중앙정보부장 김재규 재판, 통일민주당 지구당 창당 방해 '용팔이' 사건, '전두환 대통령 청문회' 등 대한민국 민주화의 여정을 고스란히 담은 사진들도 전시된다.

충남 강경에서 태어난 권 기자는 우석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경향신문, 한국일보, 동아일보를 거쳐 뉴시스에서 사진기자 반 세기를 마무리한다.

권 기자는 동명의 사진집 '렌즈로 쓴 혼돈과 격동의 역사'도 펴냈다. A4판, 4만원, 눈빛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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