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제일제당 인천냉동식품공장 '비비고 왕교자' 생산 현장
증숙기에서 갓 나온 만두는 뽀얀 김을 가득 뿜었다. 양손으로 만두 꼬리를 잡고 배를 가르니 갈지 않고 썰어 큼직큼직한 고기 속이 그대로 드러났다.

"갓 쪄서 나온 만두만큼 맛있는 음식은 없어요."

식품 내 수분이 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제품 본연의 '맛'이 사라지기 때문에 0~5도의 빙결점대를 가장 빨리 통과해 원재료 맛을 최대한 살리는 게 CJ제일제당 급속냉동의 핵심기술이다.

이호언 CJ제일제당 생산팀 과장은 "지난해 100억원을 들여 공장을 증설했는데 투자비 대부분이 핵심기술 개발과 이에 맞춘 기계설비 제작에 쓰였다"며 "국내 냉동식품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글로벌 냉동식품 시장 진출의 전초기지로서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이같이 밝혔다.

지난 27일 인천광역시 중구 CJ제일제당 인천냉동식품공장.

거대한 찜통 역할을 하는 스팀 기계에서 해삼 모양 만두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이내 영하 40도에서 급속 냉동된 만두는 직원들의 품질 검사를 거쳐 '비비고 왕교자'로 포장됐다.

이호언 CJ제일제당 인천냉동식품공장 생산팀 과장은 "비비고 왕교자가 인기를 끌면서 1년 내내 공장이 바쁘게 돌아간다"며 "공장을 더 증설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1987년 준공된 이 공장은 비비고 왕교자 등 냉동식품과 너비아니 같은 조리제품을 생산한다. 첨단 설비를 연이어 도입해 CJ제일제당 냉동식품의 핵심기지라는 평을 받고 있다.

올해는 100억원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연간 4만톤으로 늘리는 공사를 끝냈다. 특히 만두라인 생산능력은 3배 이상 증가했다.

2013년 12월 출시한 만두 '비비고 왕교자'가 폭발적인 인기를 끈 덕택이다. 올해(1~9월 누적·링크아즈텍 기준) 교자만두 시장에서 CJ제일제당은 43.2%의 점유율을 기록해 처음 1위 자리에 올랐고, 연 매출 또한 이미 700억원에 달해 800억원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이례적으로 만두의 한여름 매출이 겨울철을 뛰어넘자 공장은 더욱 분주해졌다. 이 과장은 "2년 전 여름만 해도 전, 동그랑땡을 생산하며 쉬엄쉬엄 추석을 준비했다"며 "올해는 1년 내내 주 7일 만두를 생산해도 모자라다"고 말했다.

"비비고 왕교자처럼 속을 보여줄 수 있는 만두는 흔치 않죠."

비비고 왕교자는 교자만두 시장에서 고전하던 CJ제일제당이 2년 간 개발에 매진한 야심작이다. 특히 기존에 적용하지 않던 기술을 '먼저 해보자'며 빠르게 도입했다.

맛의 비결로 꼽히는 큼직한 속재료가 대표적이다. 채소와 돼지고기 등을 갈아서 속을 채우던 관행 대신 칼로 써는 공정을 도입했다. 실제 이 제품을 위해 도입한 세절기에서는 국내산 돼지고기 뒷다리가 손가락 마디만 한 사각형 모양으로 썰어져 나왔다.

이 과장은 "밀어서 갈아버린 고기는 조직이 보이지 않는다"며 "비비고 왕교자는 썰어 넣은 고기로 속을 채워 씹는 식감과 맛이 더욱 살아난다"고 설명했다.

쫄깃한 만두피 또한 비결이다. 패들 한 개로 만두피를 치대던 기존 방식과 달리 두 개의 패들로 1000번 이상 치대도록 했다. 이렇게 얇게 늘어난 만두피를 겹치면 조직이 치밀해져 더욱 쫄깃해진다.

이처럼 큼직하게 썰어진 만두소와 만두피를 성형기에 넣으면 물결이 치는 듯한 해삼 모양의 만두가 탄생한다. 이를 99도에서 5분간 쪄 내고, 영하 40도에서 18분 동안 급속 동결한다.

이 과장은 "원재료 맛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서는 급속 동결이 냉동식품의 핵심 기술"이라며 "최신 설비를 도입해 고품질의 냉동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오는 2016년부터 비비고 왕교자를 본격적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인천냉동식품공장의 설비를 중국과 미국, 유럽 등 현지 사업장에 그대로 구축하고 '한식 세계화 대표 선수'로 키울 방침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일본의 냉동식품 시장 규모는 6조원, 미국은 25조원일 정도로 전세계 냉동식품 시장은 시장성이 크다"며 "만두를 즐겨 먹는 세계 시장에서 비비고 왕교자가 한식 대표 선수로 자리매김하도록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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