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0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 논란을 종식해 혁신안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로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스스로 당적을 정리할 것을 요구했다.

또 문 대표는 최측근인 노무현 정부 청와대 참모 출신 인사들과 기초단체장들까지 주저앉혔다.

이는 문 대표가 ‘친정’에 칼을 댄 건 비주류를 쳐내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인다. 동시에 안철수 의원에 대한 압박이자 현역 의원들을 달래기 위한 다중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혁신을 위해 낡은 진보 청산을 주장한 안철수 의원에 대한 화답이기도 하다. 그의 탈당 명분을 허무는 포석이다.

또 문 대표가 제 갈 길을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는 얘기다. 문 대표를 흔드는 비주류 진영을 겨냥한 선전포고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문 대표는 한 전 총리의 대법원 판결에 대해 “사법부의 정치적 판결”이라며 반발해 왔다.

문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당적 정리를 요구한 것과 관련해 문 대표의 최측근 인사는 10일 “문자 그대로 ‘제 살을 깎는 느낌’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지난 7일까지도 “(대법원의 한 전 총리에 대한 판결에) 재심도 청구할 계획”이라고 했었다.

문 대표가 사흘 만에 한 전 총리에게 탈당을 권유한 것은 그만큼 당내 상황이 급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비주류 진영이 제기해 온 ‘친노 패권주의’ 논란을 정리해 혁신안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읍참마속을 통해 ‘친노를 위한 공천혁신안’이라는 식의 의심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당헌·당규 개정안이 14일 당 중앙위원회를 통과하면 당적이 정리될 처지였다. 이 개정안은 안 의원의 ‘10대 혁신안’ 일부를 수용한 것이다. 문 대표가 안철수표 혁신의 주요 타깃이던 한 전 총리의 거취를 먼저 정리함으로써 안 의원의 혁신 공세에 반격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표는 친노 성향의 기초단체장인 차성수 서울 금천구청장,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을 상대로 총선 출마 포기를 설득했다. 또 문 대표의 최측근인 이호철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양정철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 윤건영 당 대표 정무특보의 불출마 의사도 확인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근거 없는 측근 챙기기 의혹을 직접 해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에서의 잠재적 경쟁자를 줄여 현역 의원들의 불안감을 제거하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문 대표의 행보는 안 의원에 대한 압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안 의원은 지난 9월 “부패에 대한 온정주의를 추방해야 한다”며 대법원 판결에 대한 문 대표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섣불리 온정주의라는 것은 당치 않은 이야기”라고 반박했던 문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탈당을 요구한 것은 안 의원의 비판을 수용해 탈당 명분을 줄이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문 대표가 평소 강조해온 육참골단(肉斬骨斷·자신의 살을 베어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는 뜻)의 첫 승부수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에 대해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한 의원은 “문 대표가 나도 이렇게 했으니 당신도 결단하라는 식”이라며 “매우 공격적이며 정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비주류 의원은 “구청장은 출마 자체가 반개혁적”이라며 “측근 현역 의원들에 대한 ‘제 살 베기’가 없다면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문 대표 측은 단호한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선출직평가위의 평가 기준에 못 미치면 자연스럽게 공천에서 배제될 것”이라며 “(카드 결제기 이용 시집 강매 파문의) 노영민 의원도 윤리심판원 결정이 나오면 결국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 대표는 비주류의 공세에도 개의치 않겠다는 태도다. 이날 최재천 정책위의장이 문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며 정책위의장 자리에서 물러나자 문 대표는 즉각 사의를 수용했다.

어쨌건 문 대표는 당분간 강공 드라이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도 성향의 한 의원은 “문 대표가 친노 현역 의원들까지 정리한다면 비주류가 문 대표를 성토할 명분이 없어지게 된다”며 “이는 비주류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과연 문 대표의 ‘읍참마속’이 통할지는 ‘아직은 미지수’라는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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