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화백의 장녀 이혜선 씨는 11일 오후 부산 남구 부경대 대연캠퍼스 동원장보고관 3층 리더십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어머니가 남긴 작품과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소장품을 부경대에 모두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천 화백의 별세 이후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나서 이같이 밝힌 것이다.
이씨는 "어머니가 화가의 길을 걷게 해 주신 김임년 선생의 자제 윤광운 교수가 근무하는 곳이 부경대이고, 어머니가 그림의 발판으로 삼은 곳이 부산이라는 점에서 부경대에 기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어머니가 한국전쟁 피란시절에 부산에서 첫 전람회를 열었다"며 부산과의 인연이 특별함을 강조했다.
앞서 이씨는 지난 10일 천경자 화백의 위임인으로 부경대를 방문, 김영섭 총장을 만나 천 화백의 작품과 개인소장품 기증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서에 따르면 부경대는 '천경자 기념미술관'을 건립하고, 이혜선 씨는 천경자 화백의 미술작품과 유품, 저작권 등을 대학에 기증한다.
기증품은 천 화백이 평생 작업한 드로잉 작품과 미완성 작품 1000여 점을 비롯해 컵, 머리핀, 물감, 신발, 안경, 옷 등 천 화백의 개인 소장품 3000여 점 등 모두 4000여 점이다.
부경대는 60억원을 투입해 2020년까지 천경자 기념미술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기념미술관은 전시실, 영상실, 수장고 등을 갖춘 연면적 1320㎡ 규모의 독립 건물로 지어진다.
기념미술관 개관 전까지는 부경대 박물관 전시실에서 기증 작품을 상설 전시할 예정이다.
이 씨는 "어머니는 당신의 분신과도 같은 작품들이 흩어지지 않고 대중과 함께하길 소망하셔서 1998년에 서울시에 작품들을 기증하신 바 있다"면서 "어머니의 뜻에 따라 위임자로서 어머니의 작품들을 관리하고 있던 저는 이 같은 어머니의 뜻을 어떻게 받들까 고민하다가 지난해 부경대 윤광운 교수를 만나 의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윤 교수의 모친은 어머니 여고시절 은사로, 당시 꿈 많은 학생이었던 어머니께 화가로서의 꿈을 키워 가도록 용기를 주신 고마우신 분이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부산은 어머니가 처음 공식 전시회를 연 도시로, 어머니를 화가로 만들어준 곳이기도 하다"며 "이러한 소중한 인연들로 부경대에 어머니의 작품과 소장품을 기증하게 돼 고맙고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경대에 기증된 어머니의 혼이 담긴 작품들을 통해 사람들로부터 항상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영섭 부경대 총장은 "천경자 화백이 남긴 작품과 혼이 잘 보존되고 계승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천 화백의 많은 작품과 소장품이 부산으로 돌아오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우선 내년에 드로잉 작품을 중심으로 소규모 전시회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씨는 '미인도'를 둘러싼 진위 논란에 대해 "미인도는 어머니의 것이 아닙니다"라며 위작이 틀림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