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
[김민호 기자]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탈당을 선언하면서 총선을 4개월 앞둔 야권이 거대한 후폭풍에 휩싸였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대로 안주하려는 힘은 너무도 강하고 저의 능력이 부족했다”며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고 거듭 간절하게 호소했지만 답은 없었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또 “이대로 가면 총선은 물론 정권 교체의 희망은 없다”며 “안에서 안된다면 밖에서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제 안 전 대표의 탈당으로 인해 새정치연합은 분당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새정치연합이 20대 총선에서 73석밖에 얻지 못한다’는 분석이 지난달 17일 한 언론이 보도한 ‘20대 총선 획득 가능 의석 시뮬레이션(안)’에 따르면 내년 4·13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은 지역구 61석, 비례 12석 등 총 73석을 얻는 것으로 분석됐다.

19대 총선 의석수 기준으로 수도권(총 112석)에서 25석, 호남(총 30석)에서 16석밖에 건지지 못하는 수준이다. 현재 20% 초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80석 붕괴’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73석 전망치는 19대 총선 성적표인 127석(지역구 106석, 비례 21석)보다 54석이 줄어든 수치다. ‘최악의 선거’로 평가되는 18대 총선 의석수 81석보다 적다.

야권에서는 이러한 자료가 현실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어 야권에서는 안 전 대표의 탈당을 기점으로 연말까지 10~20명의 의원들이 추가 탈당해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안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문병호 의원은 “나도 늦어도 화요일(15일)까지 탈당을 마무리하겠다”며 “앞으로 일주일 사이에 5명 이상의 의원들이 탈당을 할 것이며 연말까지 20명 이상이 탈당해 안 전 대표와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안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새로운 정치세력 구축을 선언했기 때문에 신당이 어떤 진용을 통해 국민에게 다가설지에 대해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실제로 야권에서는 안 전 대표의 신당은 지역적으로는 호남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 많다.

안 전 대표에 대한 호남 지역의 지지율이 높은 데다가 문재인 대표와 강하게 대립해온 새정치연합의 전남·전북도당위원장인 황주홍·유성엽 의원이 우선 안 전 대표의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관건은 이미 탈당해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의원을 비롯해, 박주선 의원, 박준영 전 전남지사 등과 어떤 관계를 형성할 것이냐에 달려있다. 새정치연합 핵심 관계자는 “천 의원, 박 의원, 박 전 지사와 힘을 합쳐야 안 전 대표로서도 신당 추진에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안 전 대표로서는 이들이 ‘새정치’라는 자신의 가치와 어울리느냐에 대한 고민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호남 의원들 상당수는 안 전 대표의 신당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수도권 비노 의원들의 경우 얘기가 좀 달라진다.

문 대표와 친노 진영이 이끌고 있는 현재 당 지도체제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갖고 있지만 탈당해 안 전 대표의 신당에 합류하는 순간, 내년 총선에서 1명의 여당 후보와 2명 이상의 야권 후보가 맞서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야간 지지세가 박빙인 수도권에서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 선거가 치러칠 경우, 야권의 패배 가능성은 매우 높아질 수밖에 없다.

새정치연합 수도권 지역구의 한 비노 의원은 “문 대표에 대한 불만이 무척 크지만 안 전 대표의 신당 합류 여부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볼 수밖에 없다”며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정치적 결단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비노 의원들이 안 전 대표의 신당 합류를 ‘무기’로 삼아 당내 공천 지분 챙기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친노 주류 진영에서 비노 진영의 외부 이탈을 막기 위해 공천에서 더 많은 배려를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친노 주류 진영이 ‘공천 물갈이’를 내세워 비노 진영을 배척할 경우 탈당이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정치권에서는 안 전 대표의 탈당을 계기로 내년 총선에서 야당의 승리 가능성은 희박해졌다는 말이 나온다. 사분오열된 야권이 다시 통합 과정을 통해 총선에서 단일대오를 형성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야권 분열의 양대 축인 문 대표와 안 전 대표의 감정적 골이 너무 깊다는 점도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는 이유다.

새정치연합 한 중진 의원은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이렇게 야권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혼돈에 빠지게 됐으니 눈 앞이 캄캄하다”며 “정치는 언제 어떤 변화가 생길지 모르는 생물이라고 하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총선에서 야권 전체가 100석 이상의 의석을 챙기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문 대표의 전당대회에서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공약이 지금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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