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배우 김부선씨의 난방비 '0원' 폭로 이후 경찰이 내년 2월까지 대대적인 아파트비리 단속에 나선 가운데, 경기 안양시의 한 아파트의 10%가 넘는 가구의 난방비가 수년째 '0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입주민들은 '0원'인 10% 넘는 가구로 인해 추가 부담해왔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31일 안양시와 A아파트 입주민 등에 따르면 1800가구인 이 아파트는 2012~14년까지 3년간 난방비가 '0'인 곳이 10%가 넘는 182가구에 달했다. 이 아파트는 76㎡(23평형)~105㎡(32평형)의 면적으로 지역난방을 쓰고 있다.

182가구 가운데는 B씨 등 동대표를 지낸 가구도 다수 포함됐다.

특히 동대표를 지낸 C씨의 경우에는 여섯 명이 살면서도 매월 난방비를 1만원 정도만 냈다. C씨의 가구는 온수비도 2012년 11월부터 2014년 2월까지 1만2000원으로 고정돼 나왔다.

반면, 32평에 가족 네 명이 사는 D씨의 경우에는 겨울철 난방비가 13만원 정도 나온다. 세 식구가 사는 E씨의 경우도 지난 11월분 난방비가 9만원 넘게 나왔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해 12월 기존 동대표와 입주민들 사이에서 '승강기'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불거졌다.

이 아파트는 일가족 5명이 1시간 동안 승강기에 갇혀 있는 등 최근 2년 새 크고 작은 사고가 500여건 발생했고, 부상자도 속출했다.

당시 입주민들은 20년 넘은 승강기를 대기업 제품으로 전면 교체를 요구했지만, 일부 동대표들은 부분 교체를 주장하면서 첨예하게 맞섰다.

결국 입주민들이 주민 동의를 얻어 해임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동대표들 스스로 물러나거나, 해임되는 등 모두 동대표직을 내려놨다.

이후 새로 꾸려진 동대표들 가운데 일부 가구의 난방비가 '0원'으로 나온 것을 이상히 여기면서 이 같은 사실이 불거졌다.

결국, 새 동대표들과 입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관리사무소에서 난방을 담당했던 직원은 3년 치 서류를 없애고 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측은 자체 조사를 통해 모두 182가구의 난방비가 '0원'으로 나왔다고 시에 보고했다.

한 입주민은 "우리 아파트 단지 난방비와 온수비가 다른 아파트들보다 높게 나온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런 비리가 있는 줄은 몰랐다"며 "그동안 182가구의 비용을 주민이 대신 낸 것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고 성토했다.

한편, 안양시는 최근 이 아파트에 대한 감사를 벌여 난방비와 온수, 승강기, 수의계약 등 43건의 비위 사실을 적발하고 과태료와 행정처분을 내렸다.

시는 난방과 온수와 관련해서는 장기간 살지 않는 일부 가구를 제외하고,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거쳐 과거 사용량을 고려해 소급해서 인정부과·징수하도록 아파트측에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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