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수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북제재의 '키(key)'를 쥐고 있는 중국의 선택이 주목된다.

우리 정부는 북한 핵실험 이후 실효성 있고 강도높은 대북제재조치를 끌어내기 위해 외교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데, 그 성패(成敗)는 중국이 우리와 공동보조를 취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8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오늘 오후 7시 전화통화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중 외교장관의 통화는 지난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이틀 만이다. 북핵을 계기로 우리와 미국, 일본 3국이 급속도로 밀착하는 데 반해 한·중 공조 움직임은 다소 늦은 것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윤 장관과 왕이 부장이 원래 어제(7일) 오후 1시께 통화할 예정이었으나 중국 측 사정으로 연기됐고, 이후 일정이 조정되면서 오늘(8일) 오후 7시에 통화하기로 됐다"고 전했다.

◇中, 강력한 대북제재조치보다는 '6자회담 통한 해결' 강조

외교가에선 한·중 공조가 다소 늦어진 데 대해 우려 섞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외교부의 이날 설명 역시 양국이 사전 조율에 난항을 겪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했다.

이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들은 중국의 '복잡한 내심(內心)'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중국으로서는 미국 및 서방의 다른 국가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는 데다, 과거와는 다르게 북한이 사전 예고나 통지 없이 전격적으로 핵실험을 단행하면서 내부적으로도 '입장 정리'에 난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즉, 계륵(鷄肋) 같은 북한에 대해 중국 역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것인데, 이는 중국 정부가 내놓은 공식 입장을 봐도 알 수 있다.

앞서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6일 오후 '외교부 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에 "결연한 반대"를 표명하면서도 '한반도 비핵화', '핵확산 방지', '동북아 평화와 안정 유지'라는 기존의 중국 정부 입장을 강조하며 "6자회담 틀을 통해 핵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견지한다"고 밝혔다.

중국으로서는 '강도 높은 대북제재→북한 붕괴→동북 3성 지역의 대규모 북한 난민 유입→미군과의 대치'로 전개되는 시나리오를 가장 우려하고 있고, 북한에 대한 추가적인 제재조치가 중국 국익에 반(反)할 경우 기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낮은 셈이다.

이에 대해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일각에선 중국이 '이번만큼은 다르게 강경하다'고 보고 있지만 냉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결국 중국이 원하는 건 강력한 제재조치보다는 '6자회담'을 통한 대화와 협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중국으로서는 북한이 '완충지대' 역할을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의 태도가 당장에는 달라질 수도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어떤 입장을 보일지에 대해선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中 적극적으로 끌어 들여야

특히, 북핵 대응을 명분으로 한·미·일 3국 공조가 가속화되는 것도 중국으로서는 부담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미·일 공조로 동북아 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중국이 탐탁치않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러시아를 끌어 들여 6자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교안보 분야의 다른 전문가는 "남중국해 문제로 미국이 편치 않은 중국으로서는 북핵 변수까지 돌출되면서 상당히 곤혹스러울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지나치게 한 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균형외교'의 명분을 잃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문가는 "중국 내부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균형외교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우리 정부가 중국 측에 설명할 수 있는 건 모두 설명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여 최대한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6자회담이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리 정부가 6자회담에서 주도적인 역할만 한다면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핵동결이나 핵실험 중단은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강력한 제재를 통한 '압박' 대신 '대화와 협상'에 나서는 건 효과도 없을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는 게 우리 정부의 판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우리 정부로서는 '중국 경사론(傾斜論)'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한·미·일 3국 공조의 틀을 바탕으로 중국을 적절히 설득하면서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동조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현실론'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김 교수는 "결국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중국의 역할이 중요한데, 중국을 움직이게 하는 건 우리의 외교적 역량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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