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57)이 교도소에서 땅굴을 뚫고 탈옥한 지 6개월 만인 8일(현지시간) 고향이자 조직의 근거지인 멕시코 북서부 시날로아 주의 로스모치스에서 체포됐다.

2001년 처음 탈옥했을 때는 13년 동안이나 도주 행각을 이어온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손쉽게 잡힌 셈이다.

엔리케 페나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마약왕' 호아킨 엘 차포 구즈만이 교도소에서 탈옥한 지 7개월만에 붙잡혔다”고 밝혔다.

페나 니에토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임무 완료: 우리는 그를 데리고 있다"라고 글을 올렸다.

당국의 한 관리는 AP통신에 구스만은 자신의 고향 시날로아 주(州)에 위치한 로시모치스시(市)의 한 건물에서 멕시코 해병대와 총격전 후 체포됐다고 전했다.

총격전에서 구스만 측 5명이 사살되고 해병대원 1명이 부상했다. 현장에 있던 구스만 측 6명도 체포됐다.

앞서 멕시코 마약왕으로 불리는 구스만은 지난해 7월11일 멕시코시티 외곽의 알티플라노 교도소에서 땅굴을 이용해 두번째 탈옥을 감행했다.

멕시코 최대 마약 조직 시날로아 카르텔의 두목인 구스만은 멕시코시티 알티플라노 교도소에 있는 독방 샤워실내 지하 통로를 통해 이날 오후 9시께 자취를 감췄다.

멕시코 국가안전보장위원회는 구스만이 샤워실 근처에 가로 50㎝, 세로 50㎝의 빈 구멍을 이용해 땅굴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간 후, 1.5㎞ 길이의 땅굴을 이용해 탈옥했다고 밝혔다.

구스만은 2014년 2월부터 수감됐다. 땅굴에선 터널을 파는 데 이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각종 장비와 오토바이, 산소 탱크가 발견됐다.

구스만은 수감생활을 하면서도 온갖 특혜를 누린 것으로 드러났다. 감옥에 있던 477일 중 386일이나 면회객을 받았다. 면회를 통해 버젓이 조직을 관리해온 것이다. 아내인 코로넬과의 합방을 허용하는 특별면회도 46번이나 즐겼다. 당국은 구스만 탈옥의 책임을 물어 당시 경찰정보국장을 해임했다.

멕시코 정부는 구스만의 탈옥을 발견하자 항공기 운항 통제, 주변 도로 검문 강화, 병력을 지원해 일대를 수색했고, 구스만에게 현상금 6000만 페소(약 43억 원)를 내걸었다.

미국 정부도 구스만의 검거에 도움을 주는 정보 제공자에 500만 달러(약 58억 원)의 사례금을 내걸었다.

구스만은 지난 1993년 과테말라에서 처음 붙잡혀 마약 밀매 혐의로 20년 형량을 부여받고 구금됐으나 2001년 세탁물 운반 차량을 이용해 첫번째 탈옥을 감행했다.

멕시코 당국은 구스만을 다시 체포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해왔다.

멕시코 북부 산악지대에서 구스만을 추적하며 다리와 얼굴에 부상을 입혔지만 체포하진 못했다. 이후 구스만은 아르헨티나 잠입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구스만 검거 작전에는 미국 국토안보부와 DEA도 깊이 관여했으며, 콜롬비아 등 중남미 각국의 수사기관과 인터폴도 가세했다.

DEA는 구스만에게 현상금 500만 달러(약 60억원), 멕시코 연방검찰은 380만 달러(약 45억6천만원)를 각각 내걸었다.

멕시코 군경은 1만여 명이 넘는 인력을 검거 작전에 동원했으며, 구스만의 탈옥을 도운 핵심 인물 6명을 포함해 모두 34명을 체포했다.

이날 체포된 구스만은 해병대 헬기를 타고 6개월 전 탈옥했던 알티플라노 교도소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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