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안철수 의원이 주축이 된 '국민의당' 창당실무준비단이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창당 발기인대회를 연다.

하지만 이날 창당의 첫 깃발을 올릴 예정이지만 초반 인재영입 과정에서부터 경고음이 울리는 등 세력화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안 의원측으로서는 이번 사태를 '쓴 약' 삼아 재발을 막겠다고 했지만, 세력화와 새 정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 시선도 있다.

이날 발기인대회에선 지난 8일 창당실무준비단이 밝힌 '국민의당'이라는 신당명이 공식 당명으로 채택되고, 창당 발기취지문과 당 규약도 마련된다.

또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과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선출될 예정이다. 다만 윤 전 장관은 건강 문제로 발기인대회엔 참석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참여를 원하는 발기인은 18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첫 인재영입부터 철저하지 못한 검증으로 '인사 참사'가 일어났던 만큼, 창당실무준비단 검증을 통한 탈락 인사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당은 창당 발기인 대회를 마치면 오는 21일부터 서울, 부산, 인천, 광주, 전남, 전북 등 시·도당 창당대회를 열고 다음달 2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 예정이다.

안 의원은 이와 함께 이튿날인 11일 서울 국립현충원과 광주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12일에는 경남 김해를 찾아 고(故)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후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의 인재영입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창당의 성패를 가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안 의원은 최근 "인재영입과 관련된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좋은 예방주사라 생각하고 시스템에 의해 인재를 잘 추릴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동 창준위원장을 맡은 한 명예교수 역시 향후 공천에 이르기까지 문호를 넓히되 소상한 점검을 거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번 인재영입상 잡음은 근본적으로는 새 정치라는 신당의 지향과, 세력화 필요성이라는 현실 사이의 괴리라는 분석이다.

세력화를 통해 전국 정당의 기틀을 갖추고 여론 지형을 바꾸는 것이 창당의 1차 숙제이지만, 새정치라는 창당의 명분을 고려하면 무턱대고 인재영입의 문턱을 낮춰서는 안 된다는 반론이 나오는 것이다.

당장 동교동계의 더불어민주당 탈당이 유력하지만, 안 의원측은 이들의 합류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이들이 여전히 호남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으나 전체 유권자 시선에서는 '물갈이' 대상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은 점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상진 공동 창준위원장도 최근 "대의에 동참하는 분들은 누구나 환영한다"면서도 "이 정당이 잡다한 성격의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며 고민을 드러냈다.

한편 안 의원 측은 창준위 발족 이후 인재영입위원회를 구성하고 더욱 엄격한 검증 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다.

당장은 이날 창당 발기인 대회가 또 한번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검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창당실무준비단 인력이 총동원돼 이력과 평판조회에 나섰으며, 1천800여명의 신청자 중 탈락자가 100명 안팎으로 적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새정치와 세력화 사이의 괴리 문제에 있어서는 "부패 인사는 안 된다"는 기준을 재확인했다. 이와 함께 중간지대 부동층 흡수와 조직 강화도 꾸준히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안 의원측에서는 부패 인사가 아니라면 기성 정치인에게까지도 신당의 문호를 넓게 열어두되, 당직 인선이나 공천에 있어서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하지만 창당과 총선의 촉박한 시간표과 부족한 인력을 고려하면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야권 인재풀을 더민주를 비롯한 다른 야권 신당과 나눠 가져야 하는 상황에서 인력 부족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안 의원측이 중도 및 합리적 보수층까지 겨냥한 노선을 제시하고 있지만 곧바로 인재영입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공천 전까지 세력화에 집중하다 공천 단계에서 새정치라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당내 갈등이 폭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벌써부터 안 의원의 측근 그룹과 새로 합류한 현역의원 그룹 간 알력설이 흘러나오는 것도 이 같은 상황의 전조라는 관측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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