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북한은 지난 6일 수소탄 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강경한 제재 움직임에 즉각 반발하지 않고, 각종 축하 행사와 군의 긴장감 고취 등 내부 단속에만 집중하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된 지 사흘째인 10일, 핵미사일로 무장한 미국의 전략무기 ‘B-52’ 장거리 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에 전개됐음에도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기남 당비서가 지난 8일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벌써부터 심리전방송을 재개한다, 전략핵폭격비행대를 끌어들인다 하며 나라의 정세를 전쟁접경에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한 것이 유일한 공식 반응이다.

북한군은 작년 8월 10일 우리 군이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대응해 11년 만에 대북 확성기를 재가동했을 때에도 한동안 침묵을 유지했다.

당시 북한의 첫 반응이 나온 것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5일 만인 8월 15일이었다. 이어 북한군은 최전방 부대에서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시설 타격을 위한 훈련을 했고,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10일 만인 8월 20일 비무장지대(DMZ) 포격 도발을 일으켰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면 우리 군이 지난 8일 대북 확성기를 재개한 이후 북한군이 이틀째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김기남 북한 노동당 비서가 지난 8일 평양시 군중대회에서 '심리전 방송'을 언급하며 "나라의 정세를 전쟁 접경에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첫 반응은 작년 8월보다 빨리 나온 셈이다.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주체조선의 첫 수소탄 시험의 장쾌한 뢰성이 천지를 진감시킨 주체105(2016)년 새해에 즈음하여 인민무력부를 축하방문하시였다"고 전했다.

김 제1위원장은 인민무력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연설을 통해 "노동당 제7차 대회가 열리는 새해 벽두에 우리가 단행한 수소탄 시험은 미제와 제국주의자들의 핵전쟁위험으로부터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생존권을 철저히 수호하며 조선반도의 평화와 지역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대신 북한은 대내외 선전매체를 동원해 연일 수소탄 실험이 자위적 조치라고 주장하는 한편, 우리 측에 대해선 '8.25 합의' 등 남북합의 이행을, 미국에 대해선 평화협정 체결을 각각 촉구하고 있다.

마치 한국이나 미국 등 서방세계의 긴박한 제재 움직임에 대해 곧바로 대응하지 않고 상대의 힘을 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4차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상황에서 다음 주요 일정인 7차 당대회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김정은 제1비서가 군을 직접 챙기면서 일단 유사시에 대비하라고 독려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렇듯 북한이 '최고존엄 모독'의 내용이 담긴 확성기 방송에도 남한을 겨냥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4차 핵실험으로 조성된 이번 사태가 작년 8월과는 다르다는 점도 고려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작년 8월의 경우 북한의 국지적 도발로 촉발된 남북한 사이의 대결 구도였지만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전략적 도발로, 북한과 국제사회 간의 대립 구도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포함한 대북 공조에 착수했지만 상황은 아직 유동적이다. 대북 제재의 결정적인 키를 쥔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현재로서는 북한이 일단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 움직임을 지켜본 다음 남한에 대한 대응 방향과 수위를 결정하지 않겠느냐는게 다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과거 핵실험 후 서방의 제재가 그렇게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점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서방의 움직임에 맞대응하기보다 추이를 지켜보며 시간을 벌려고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것이 당장 불리한 국제정세를 바꾸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때문에 북한이 앞으로 긴장을 고조시키기보다, 대화 제의까지는 아니더라도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의 방법으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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