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미국 하원은 12일(현지시간) 본회의에서 대북제재를 대폭 강화하는 법안(H.R. 757)을 찬성 418표, 반대 2표로 통과시켰다.

압도적으로 하원 전체회의 문턱을 넘은 이 법안은 그 자체로 미국 의회의 대북 압박 의지를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9·10 공동성명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따라 비핵화의 길로 되돌아가기는커녕, 본격적인 핵무장의 길로 들어서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는 입법부 차원의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평가다.

법안 발의자인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공화당)은 “강력한 대북 제재에 실패하면 북한 정권은 더욱 대담해질 것”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경제적 재정적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안은 지난해 2월 하원 외교위에서 만장일치로 승인됐지만 1년 가까이 본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계류돼 있었다. 그 사이 북한이 4차 핵실험 성공 발표를 하면서 의회 내에서는 더 이상 법안 통과를 미룰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새 북한 제재법은 북한의 핵무기 또는 탄도미사일 개발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준 국가, 사업체, 개인 등을 제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북한과의 사치품 거래, 북한 정권의 돈 세탁 지원, 북한의 위조품 제작과 마약 거래 등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세컨더리 보이콧을 '재량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행정부가 반드시 의무적으로 제재를 이행해야 하는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행정부가 과연 얼마나 강력한 의지를 갖고 '칼자루'를 휘두르느냐에 따라 세컨더리 보이콧이 의미 있게 현실화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외교소식통은 "행정부로서는 북한의 향후 태도를 봐가며 포괄적으로 위임받은 재량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 법안에는 북한인권 유린과 관련해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층의 책임을 적시하는 내용이 담긴 점이 주목된다. 북한 정부에 의한 인권 유린 관여 행위를 의무적으로 제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실질적으로 북한 관리들의 개별적 책임을 추궁한다는 의미보다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김정은 정권의 전반적 책임을 부각시키고 이를 규탄하는 상징적 의미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이미 소니 픽처스 해킹사건에 따라 지난 1월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 북한의 인권유린 행위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마련한 바 있다.

이 법안의 또하나 특징은 북한의 사이버 안보 침해 행위에 대해 행정부가 포괄적으로 제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이다.

하원의 문턱을 넘은 이 법안은 앞으로 상원에 계류 중인 두 건의 대북 제재 강화법안과 병합해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상원에는 지난해 7월 상원 외교위원장 출신의 로버트 메넨데스(민주·뉴저지)와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이 초당적으로 발의한 대북 제재 강화법안(S. 1747)과 지난해 10월 공화당 대선 주자인 마르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와 코리 가드너(공화·콜로라도) 상원 동아태 소위 위원장이 발의한 대북 제재 강화법안(S. 2144)이 각각 외교위에 계류돼 있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이번에 통과된 법안과 상원에 계류된 법안들이 내용상으로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상·하원의 조율을 거칠 최종 법안도 이 법안과 대동소이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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