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이른바 '험지 출마자'로 분류됐던 새누리당 소속 안대희 전 대법관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제20대 총선 출마 지역구가 17일 결정됐다. 안 전 대법관은 서울 마포갑에, 오 전 시장은 서울 종로에 출사표를 던졌다.

안대희 전 대법관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이날 서울 마포갑과 종로에서 각각 이번 총선에 출마할 것을 선언하면서 새누리당이 강한‘후폭풍’에 휩싸이고 있다. 그동안 마포갑, 종로에 출마를 준비해 온 전직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했고 당내 비주류에서는 ‘총선 비관론’을 제기했다.

오 전 시장이 이날 오후 종로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자 앞서 종로에 예비후보로 등록해 선거운동을 벌여온 박진 전 의원도 ‘맞대응’ 기자회견을 열며 강한 반발을 보였다. 박 전 의원은 “오 전 시장이 갑자기 종로 출마를 선언한 것은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다. 오히려 당의 총선 승리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그러나 안대희·오세훈이 나오는 마포갑과 종로는 벌써부터 피튀기는 당내 경선을 예고하고 있다.

안 전 대법관이 출마하는 마포갑 현역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다. 노 의원은 17대, 19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노 의원은 마포갑에 세 차례 출마해 두 차례 당선된 이 지역 야권 강자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마포갑에 출마해 44.2%, 19대 총선에서는 54.3% 득표율로 배지를 달았다. 노 의원은 20대 총선에도 출마해 3선에 도전에 나설 것이 확실시 된다.

안 전 대법관은 노웅래 의원과 맞붙기 전에 같은 새누리당 강승규 전 의원을 먼저 상대해야 한다. 노 의원의 18대 국회 입성을 막은 장본인이 강 전 의원이다. 강 의원은 당시 48.1% 득표율을 얻어 당선된 바 있다.

강 전 의원은 당내 경선이 국민참여선거인단 비율을 일반국민 70%, 당원 30% 방식으로 치러진다면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안 전 대법관 출마 기자회견 직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안 후보가 출마 선언한 만큼 당이 정한 경선원칙, 상향식 경선원칙, 7대3 경선원칙을 지켜야한다"며 "당이 이를 확정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 후보와 상대당 후보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건 오 전 시장도 마찬가지다. 오 전 시장은 당내에서 박진 전 의원을 꺾어야 하고,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을 상대해야 한다.

오 전 시장이 "종로도 험지"라고 끊임없이 말해온 이유는 바로 정세균 의원의 존재때문이다.

5선 의원(15~19대)인 정 의원은 당대표까지 지낸 거물 정치인이다. 15~18대 총선에서 전북 무주군·진안군·장수군 지역에서 4선을 지낸 정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종로로 지역구를 옮겨서도 52.27% 득표율을 끌어내며 당선됐다.

정 의원은 "누가 와도 상관없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오 전 시장이 정 의원과 맞붙기 전에 넘어야 할 인물이 바로 박진 전 의원이다. 정 의원이 종로로 지역구를 옮기기 전 이 지역은 새누리당 박진 전 의원의 지역구였다. 박 전 의원은 종로에서만 3선(16~18대)을 했다. 재보궐선거로 16대 국회에 입성한 그는 17대 총선에서 42.8%, 18대 총선에서는 48.43%로 당선됐다.

오 전 시장과 박 전 의원이 '호형호제'하는 관계로 매우 가까운 사이라는 점도 두 사람의 경선이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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