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한국 봅슬레이 사상 처음으로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금메달을 따낸 원윤종(31·강원도청)과 서영우(25·경기도연맹)의 모습. (사진 = 대한봅슬레이경기연맹 제공).
[김홍배 기자]원윤종(31·강원도청)과 서영우(25·경기도연맹)가 한국 봅슬레이 사상 최초로 월드컵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봅슬레이가 세계 정상에 오른 데는 원윤종(31·강원도청)의 노련함이 있었다.

조종사 역할을 하는 '파일럿'인 원윤종은 허리 부상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브레이크맨' 서영우(25·경기도BS경기연맹)의 스타트 부진을 만회했다.

결과는 원윤종-서영우의 금메달.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 출신이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윤종-서영우 조는 23일 오전 11시(한국시간)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2015~2016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5차 대회 봅슬레이 2인승에서 1·2차 시기 합계 1분43초41을 기록, 스위스의 리코 피터-토마스 암하인 조와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

한국 봅슬레이 사상 IBSF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3위는 1분43초43의 러시아팀에 돌아갔다.

원윤종과 서영우는 올 시즌 1차 월드컵에서 한국 봅슬레이에서는 처음으로 동메달을 따내며 이름을 알렸다. 이어 열린 2차 대회에서도 3위를 기록, 실력을 입증했고 지난 4차 대회에서도 동메달을 목에 걸며 기대감을 높였다.

봅슬레이 불모지나 다름 없던 한국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2년여 앞두고 나온 금메달이라 더욱 뜻깊다.

원윤종과 서영우는 IBSF 월드컵 랭킹에서도 1001점을 기록, 독일의 니코 월터조(898점)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랭킹 1위 역시 한국 봅슬레이에서 처음 겪는 일이다.

원윤종과 서영우는 1차 시기에서 2위 기록인 51초63로 결승선을 통과해 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2차 시기에서는 51초78로 다소 늦어졌으나 경쟁팀들 역시 기록이 나지 않아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시상대에 오른 원윤종과 서영우는 하늘을 향해 세러머니를 펼쳤다. 이달 초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말콤 로이드 대표팀 코치를 추모하기 위해서였다.

경기 직후에는 이날 경기장을 찾은 로이드 코치의 유가족을 시상대로 불러 금메달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파일럿 원윤종은 경기가 끝난 후 "처음으로 월드컵에서 1등을 하게됐다. 너무 기쁘고 아직 얼떨떨하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이어 "결과를 낸 것은 선수지만 과정 안에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수고가 포함됐다. 감독, 코치님, 의무 트레이너, 비디오 분석관, 외국인 코치와 장비전문가들과 후원사들, 연맹 직원들까지 모두 감사하다"며 공을 돌렸다.

그러면서 "아직 시합이 끝난 것이 아니다. 더 분발하고 집중해서 내일도 좋은 결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서영우 선수도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따게 되어 감개무량하다. 아시아 최초로 금메달을 따게 된 것은 우리 둘 뿐 아니라 감독님, 코치님, 선수들 다 같이 함께 했기 때문에 이런 성과를 낸 것 같다. 앞으로 남은 대회에서도 최선을 다해서 올 시즌 세계랭킹 1위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원윤종과 서영우는 오는 2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월드컵 6차 대회에 출전해 또 한번 금메달에 도전한다.

유소년 시절부터 썰매를 타는 외국 선수들과 달리 원윤종과 서영우는 2010년까지만 해도 체육교사를 꿈꾸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이들은 어느 날 학교에 붙은 '국가대표 선발전' 포스터를 보고 덜컥 지원해 합격했다.

이들은 '한국 썰매 종목의 개척자'로 통하는 강광배 한국체대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기량을 키웠다. 머리 회전이 빠른 원윤종은 '파일럿'(앞에 앉아 썰매를 조종), 육상 단거리 선수로 활동해 하체가 튼튼한 서영우는 뒷자리에서 '브레이크맨'(스타트 때 썰매를 미는 역할)을 맡았다.

2011~2012시즌 자격 미달로 월드컵에 출전도 못 했던 원윤종과 서영우는 불과 4년여 만에 세계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평창에 올림픽 봅슬레이 경기장이 완공돼 트랙에 완벽 적응한다면 올림픽 메달도 충분히 노려볼만하다.

한편, 함께 출전한 김동현-김근보조는 1분43초94로 1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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