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검찰에 기소된 이완구 전 총리가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공판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뒤 귀가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완구(66) 전 국무총리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금품공여자인 성 전 회장이 사망했지만 그가 남긴 메모와 사망 직전 인터뷰의 증거와 관련자 진술 등에 비춰 이 전 총리의 유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본 것이다.

이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주요 인사에 대한 첫 판단이어서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장준현)는 29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총리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총리는 같은 당 소속 의원이자 기업인인 성 전 회장에게 3000만원의 음성적인 정치자금을 수수해 대의민주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다"며 "그 죄가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성 전 회장의 일정표와 비서진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차량의 통행 기록 등을 종합하면 2013년 4월4일 성 전 회장은 이 전 총리의 부여 선거사무소를 방문할 예정이었고 부여에 1시간 가량 체류한 것에 비춰 예정대로 방문했다고 봐야 한다"며 "성 전 회장의 비서와 운전기사, 이 전 총리 운전기사 등 관련자들의 진술에 따라 성 전 회장은 같은날 오후 4~5시께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이 전 총리와 면담한 사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성 전 회장 비서가 지시에 따라 (돈이 든) 쇼핑백을 갖고 후보실에 올라갔고, 이 전 총리와 단둘이 앉아있는 성 전 회장 손에 전달하고 나왔다는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이 전 총리가 성 전 회장에게 쇼핑백을 건네 받았다는 것이 경험칙과 상식에 부합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 전 회장 비서와 운전기사 등이 금품 공여자가 아니어서 그 진위를 알 수는 없지만 전 국무총리를 상대로 무거운 책임을 질 수 있어 허위 진술을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며 "당시 같은 당에 소속된 의원이라는 신뢰관계로 금품을 수수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지난 2013년 4월 재보궐선거 출마 당시 충남 부여 선거사무실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현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 전 총리는 다른 장소도 아닌 선거사무소에서 불법 선거자금을 수수했다"며 이 전 총리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성 전 회장은 지난해 4월9일 자원외교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망 후 그의 상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메모에는 '김기춘 10만달러, 허태열 7억원, 홍문종 2억원, 서병수 2억원, 유정복 3억원, 홍준표 1억원, 이완구, 이병기'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후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정치권 금품로비 의혹을 수사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리스트에 오른 인사 중 이 전총리와 홍 지사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다.

함께 리스트에 거론된 허태열(71)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병기(69) 청와대 비서실장, 새누리당 홍문종(61) 의원, 서병수(64) 부산시장, 유정복(59) 인천시장 등 친박계 핵심 인사들에 대해서는 전부 무혐의 처분했다. 김기춘(77)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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