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누가 봐도 다 이긴 경기였다. 축구에 ‘작전타임’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그런 경기였다.

역전패의 아픔은 한일전이기에 더욱 쓰렸다.

그러나 신태용 호가 충격적인 역전패로 자존심을 구긴 가운데 공격수 진성욱(23·인천)의 재발견으로 쓰린 속을 달랬다.

올림픽축구대표팀은 30일 오후 11시45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세 이하) 챔피언십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2-3으로 졌다.

먼저 두 골을 넣고 승기를 잡았던 한국은 후반 중반 들어 14분 동안 3골을 헌납하며 무너졌다. 아시아 정상 자리를 눈앞에서 놓치고 준우승에 만족했다.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였지만 소득은 있었다. 황희찬(20·잘츠부르크)의 조기복귀로 생긴 공백을 확실히 메운 진성욱의 발견이다.

신 감독은 일본과의 경기에서 진성욱을 원톱으로 내세웠다. 진성욱이 이번 대회 들어 단 한 경기 출전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선택이었다.

우려와 달리 이날 경기에서 진성욱의 존재감은 빛났다.

4-2-3-1 포메이션 가장 위에 위치한 진성욱은 폭 넓은 활동량과 압박으로 일본 수비진을 괴롭혔다. 경기 초반 일본은 진성욱의 적극적인 수비에 좀처럼 역습을 전개하지 못했다.

전반 20분에는 큰 키를 이용해 권창훈(수원)의 선제골을 도왔다. 심상민(서울)이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머리로 정확히 떨어뜨렸고, 이를 권창훈이 발리킥으로 받아 넣었다.

문전 앞에서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골잡이로서의 능력도 선보였다. 전반 37분 아크서클 정면에서 수비수와 맞선 진성욱은 슛을 때리는 척하며 수비수 한 명을 완전히 벗겨내고 골키퍼와 맞섰다. 마지막 슈팅이 골대 살짝 넘어가 득점은 다음으로 미뤘다.

아쉬움은 길지 않았다. 진성욱은 후반 2분 만에 이창민(제주)의 땅볼 크로스를 정확히 받아 냈고, 부드러운 턴 동작에 이어 낮고 빠른 왼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2-2로 맞선 후반 25분에는 강력한 중거리 슛으로 일본의 간담을 서늘케했다. 8분 뒤 김현(제주)와 교체 돼 그라운드를 떠났지만,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던 78분이었다.

진성욱의 활약이 특별한 이유가 있다.

진성욱은 이번 대회 전까지 크게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올림픽 최종예선 명단에 들기 전까지는 연령별 대표 경험이 전무했다는 점이 이를 말해준다.

하지만 지난 시즌 K리그 27경기에 출전해 4골1도움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선보였다. 신태용 감독은 진성욱을 지난달 국내 전지훈련에 소집해 기회를 줬다.

진성욱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두 차례 국내 전지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경쟁에서 살아 카타르행 비행기에 올랐다.

지난 4일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친선경기에 출전해 태극마크 데뷔전을 치른 그는 이영재(울산)의 데뷔골을 도우며 신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우즈베키스탄과의 대회 첫 경기에서도 선발 출전해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이후 경기에서는 황희찬, 김현 등에 밀려 출전 기회를 부여 받지 못했다.

그러나 대회 종료를 앞둔 마지막 순간에 다시 기회가 왔다. 한일전의 선봉장으로 나선 진성욱은 자신의 태극마크 데뷔골을 포함, 1골1도움으로 맹활약하며 이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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