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 "금메달 따게 될 줄 몰랐습니다."

스켈레톤에 입문한 지 불과 3년여 만에 세계를 제패한 '괴물' 윤성빈(23·한국체대)은 다소 얼떨떨해하면서도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월드컵 금메달을 손에 넣고 나서 이같이 말했다.

윤성빈은 5일(한국시간)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2015~2016 국제봅슬레이연맹(IBSF) 스켈레톤 월드컵 7차 대회에서 1·2차 합계 2분18초26으로 결승선을 통과, 우승을 차지했다.

윤성빈은 경기를 마친 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을 통한 인터뷰에서 "리차드 브롬니 코치의 풍부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윤성빈은 그동안 '스켈레톤의 우사인 볼트'라고 불리는 세계랭킹 1위의 마르틴스 두쿠르스(32·라트비아)의 벽에 번번이 막혔다.

유럽 선수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스켈레톤 월드컵에서 아시아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 지난달 봅슬레이 2인승의 원윤종(강원도청)-서영우(경기도연맹)가 아시아 최초로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것에 이은 쾌거다.

윤성빈 개인적으로도 월드컵에서는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감격을 누렸다.

특히 올 시즌 1위 자리를 번갈아 차지한 두커스 형제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2년여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자신감을 끌어올릴 만한 성과였다.

월드컵 6개 대회 연속 메달 행진도 이어갔다. 아울러 대회를 거듭할수록 순위도 뛰어올라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늘렸다.

윤성빈은 지난해 11월 1차 월드컵에서 12위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흔들림도 잠시, 2차 대회에서 4위를 차지해 시즌 첫 메달을 손에 넣었고 3차 대회에서는 동메달을 따냈다.

상승세는 이어졌다. 4~5차 대회에서 연속으로 은메달을 거머쥔 윤성빈은 6차 대회에서도 3위에 오르며 상위권 랭커로 입지를 다졌다.

그리고 이날, 누구보다 빠른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고대하던 금메달을 수확했다.

월드컵 세계 랭킹에서는 2위 자리를 유지했다. 마틴스 두커스가 월드컵 포인트 1350점으로 1위를 달리는 가운데 윤성빈은 1140점으로 추격 중이다.

경기는 극적이었다.

윤성빈은 1차 시기에서 1분9초44로 결승선을 통과, 3위를 기록했다. 마틴스 두커스(1분9초28)와 토마스 두커스(1분9초29)에는 미치지 못한 기록이었다.

하지만 2차 시기에서 뒤집기에 성공했다. 코스를 눈에 익힌 윤성빈은 1분8초82로 기록을 앞당겨 최종합계 1위에 올랐다.

두커스 형제는 최종 기록에서 나란히 윤성빈에 0.07초 뒤진 2분18초33으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지난 시즌부터 한국 스켈레톤 대표팀의 장비·주행 코치를 맡은 브롬니는 "생모리츠 트랙의 얼음 상태가 자주 바뀌어서 적응하기 어려웠다"며 "얼음 상태에 따라 썰매와 러너를 계속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오늘 날씨가 따뜻해 얼음에 새로 적응해야 했는데 윤성빈이 완벽한 경기를 펼쳐 세계를 놀라게 했다"고 칭찬했다.

한편, 윤성빈과 함께 출전한 이한신(강원도청) 2분20초39로 10위에 올랐다. 자신의 월드컵 최고 기록을 경신하면서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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