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후보자 24명 "내가 금융개혁 선봉자"

 
[김선숙 기자]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금융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금융맨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정치권이 총선 승리 전략의 일환으로 '새 인물 영입'에 혈안이 돼 있지만 인물난에 시달리면서 세련된 이미지에 전문성을 갖춘 금융전문가들에게 눈을 돌리는 것이다.

더욱이 위기 신호가 깜빡이는 국내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박근혜정부가 의욕적으로 노동·공공·교육·금융 등 4대 개혁을 추진 중이지만 유독 금융 분야의 개혁이 더디다는 지적도 '국회 금융전문가 수혈론'에 힘을 실어준다.

그런만큼 각 당이 경제와 민생 살리기에 역점을 두면서 공천심사 시 경제 금융권 인사에 대해 가산점까지 주면서 정계 입문을 노리는 금융권 인사들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

◇금융권 출신 예비후보자 24명

16일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금융사와 금융공기업, 감독 당국, 유관기관 출신 예비후보자는 24명으로 파악됐다.

이는 명부상 주요 경력만으로 집계한 것으로 실제 금융권에 몸담았던 예비후보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선관위에 따르면 은행과 상호금융사 출신이 각 6명으로 가장 많았고 금융당국(5명), 금융공기업·증권·자산운용사(각 2명), 보험·카드·유관기관·기타(각 1명)가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부산·경기(각 4명), 대구·인천·충북·전북(각 2명), 광주·울산·충남·경남(각 1명) 순이었다.

◇금융전문가 총선 속속 출사표

권혁세 전 금감원장

금융권 예비후보자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금감원장을 역임한 권혁세(새누리당·성남 분당갑) 새누리당 핀테크특별위원회 부위원장과 금융위 부위원장을 거친 추경호(새누리당·대구 달성) 전 국무조정실장(장관급) 이다.

권 전 원장은 행시 23회로 재경부 금융정책과장, 금융위원회 사무처장과 부위원장을 거쳐 이명박정부 시절 금감원장을 역임한 경제 금융통이다. 지난달 15일 공식 출마를 선언한 후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추 전실장은 행시 25회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과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치며 금융 관료로서 역량을 키워왔다. 지난달 12일 박근혜 대통령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

이번 총선을 앞두고 영입된 대표적인 금융 전문가로는 대구 북구갑에 출사표를 던진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이 꼽힌다.

DGB금융지주 회장도 역임한 하 전 행장은 1971년 대구은행에 입행해 2014년 퇴임할 때까지 30년 이상 금융회사 현업에 종사해 온 금융맨이다.

최근 하 전 행장은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등 대구 예비후보 6명과 함께 '진박(진실한 친박) 연대'를 결성하는 등 박근혜 대통령의 후광을 등에 업고 지역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 북구갑에는 현역인 권은희 의원과 하 전 행장 등 7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할 정도로 본선보다 예선이 치열한 곳으로 꼽힌다.

다른 은행 출신 예비후보자로는 유희태(더불어민주당·전북 김제시 완주군) 전 기업은행 부행장, 김명수(무소속·인천 남동갑) 전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이 있다. 유홍(정의당·부산 사하을), 김중구(더불어민주당·광주 광산을) 후보도 각각 부산은행, 국민은행에 근무했다.

이명박정부 시절 한국금융연구원장을 역임했던 김태준 동덕여대 교수도 분구가 예상되는 인천 서·강화을에 예비후보 등록을 일찌감치 마쳤다. 인천서강화을은 인천시장을 지낸 안상수 의원이 지난해 4월 재보궐선거로 당선된 곳이다. 김태준 교수는 "학계와 연구소에서 쌓은 금융연구 경력을 바탕으로 입법 과정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출마 소감을 밝혔다.

김무성 대표가 버티고 있는 부산 영도구에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최홍 전 ING자산운용 대표도 지역 주민들에게 얼굴을 알리고 있다.

17~18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이종구(새누리당·서울 강남갑) 전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 박수원(새누리당·경기 여주시 양평군 가평군) 전 금융감독원 감사도 국회 입성에 도전한다. 상호금융권에서는 소위 지역 유력 인사로 불리는 신협과 수협, 새마을금고의 전·현직 이사장, 조합장들이 출마 의지를 밝혔다.

그 중 경남 창원시진해구에 새누리당 당적으로 등록한 이종구 후보자는 진해수협조합장을 거쳐 수협중앙회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박창완(정의당·서울 성북을) 현 정릉신용협동조합 이사장, 김정복(새누리당·충북 청주시 흥덕을) 현 흥덕새마을금고 이사장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밖에 최홍(새누리당·부산 영도구) 전 ING자산운용 대표, 이현희(새누리당·충북 청주시 흥덕갑) 전 우리아비바생명(현 DGB생명) 전무·KB국민카드 부사장도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다. 이정환(더불어민주당·부산 남구갑)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문제풍(새누리당·충남 서산시 태안군) 전 예금보험공사 감사도 예비 후보 등록을 마쳤다.

국민의당도 금융·증권 전문가인 김봉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전격 영입했다. 충북 괴산 출신인 김 전 이사장은 SK증권 상무, 키움닷컴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한편 금융 관료 출신 중에서는 대표적인 '금융통'으로 꼽히는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과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달성군에 출마하는 추 전 실장은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에 이어 금융위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분당갑 선거구에 출마를 준비 중인 권 전 원장은 현재 새누리당에서 금융개혁추진위원을 맡고 있다.

◇권선주 기업은행장 비례대표 출마 관심

첫 여성 시중은행장이라는 타이틀을 지닌 권선주 기업은행장과 현 정부 인수위원회 출신으로 최근 금융위 부위원장에서 물러난 정찬우 전 부위원장은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권 행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나는 은행 일에 더 적합한 사람이다” “(총선 출마는) 모르는 얘기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권 출신이라는 전문성에 ‘최초의 여성 행장’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져 권 행장이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두고 있다. 권 행장의 임기는 올해 12월 27일까지다. 비례대표에 입후보하려면 선거 30일 전인 3월 14일까지 현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권 행장과 함께 비례대표 출마설이 돌고 있는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비례대표 순번을 받지 못하면 기업은행장에 선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경제전문가에게 국정을 맡겨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각 당이 경제금융 출신 인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실제로 경제와 금융전문가에 대해 각 당이 공천심사에서 우대하겠다는 뜻인데다 추가 영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19대 국회 후반기에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개정,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금융 관련 현안들이 많았지만 상대적으로 중요도 측면에서 다른 법안에 밀려 업계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면서 "금융혁신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국회 내에서도 이 같은 변화에 맞게 제도나 법을 바꿀 금융전문가들이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