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에서는 벌써부터 '올 것이 왔다, 예상대로다' 라는 반응이다.
중진부터, 그것도 영남 친박계부터 먼저 쳐 내면서 물갈이를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첫 공천 발표 때부터 적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진 27명 '거취 불투명'…"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물갈이 1순위 대상은 이처럼 중진들이다. 새누리당에서 3선 이상 중진은 총 36명에 달한다. 3선 23명, 4선 7명, 5선 3명, 6선 2명, 7선 1명이다.
이중 '자의반 타의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인사는 강창희(6선·대전 중구), 이한구(4선·대구 구성갑), 이병석(4선·경북 포항북), 이완구(3선·충남 부여청양) 의원 등 4명이다. 여기에 지난 4일 1차 공천 발표에서 탈락한 김태환(3선·경북 구미을) 의원을 포함하면 5명이 된다.
반면 1차 발표에서 공천을 확정지은 중진은 원유철(4선·경기 평택갑), 이주영(4선·경남 창원마산합포), 김정훈(3선·부산 남갑), 조경태(3선·부산사하을) 의원 등 4명이다.
결론적으로 총 36명의 중진들 중 9명의 거취가 결정된 셈이다.
이제 남아 있는 27명의 중진들의 운명이 바람 앞 등불 처지에 놓인 셈이다. 이한구 위원장의 강력한 현역 물갈이 기조에 이들 중진들 중 안정권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인사는 단 한명도 없다.
일각에서는 '김무성 살생부'에 언급된 이재오(5선·서울 은평), 정두언(3선·서울 서대문을) 의원에 주목하기도 한다.
하지만 친박계 핵심 인사는 "무슨 바보 같은 소리냐? 그 사람들을 날렸으면 박근혜 비대위 체제에서 공천을 실시한 4년전에 이미 날렸다"며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 자체가 천지도 모르고 피아 구분도 못하는 아마추어"라고 힐난했다.
◇친박계 영남 중진들, '절반'은 날린다?
그의 말대로 수도권 중진이 문제가 아니다. 타깃은 TK를 위시한 영남권 중진들이다.
거취가 정해지지 않은 27명의 중진들 중 영남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인사는 13명에 달한다.
이들 중 친박계로 분류되는 인사는 서상기(3선·대구 북을), 안홍준(3선·경남 창원마산회원), 유기준(3선·부산 서구), 최경환(3선·경북 경산청도), 정갑윤(3선·울산 중구) 의원 등 5명이다.
비박계 영남 중진은 김무성(5선·부산 영도), 강길부(3선·울산 울주), 김재경(3선·경남 진주을), 유승민(3선·대구 동을), 이군현(3선·경남 통영고성), 장윤석(3선·경북 영주), 정희수(3선·경북 영천), 주호영(3선·대구 수성을) 의원 등 8명이다.
현재 새누리당에 돌고 있는 유력 시나리오는 '친박계'를 본보기로 날리면서 비박계를 후순위로 날린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논개 작전'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이 위원장과 가까운 한 친박계 인사는 "왜장을 끌어안고 구국을 위해 물에 뛰어든 논개를 왜 거기다 갖다 붙이냐"며 "이한구 위원장 말대로 저성과자, 비인기자를 계파 구분없이 잘라내겠다는 건데 거기에 논개 정신이 왜 필요하나. 논개를 모독하는 소리 말라"고 쏘아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박 중진들 중 절반은 날아갈 것"이라는 얘기가 정설처럼 당안팎에 나돌고 있다.
구체적 명단까지 돌고 있다. 실제 그렇게 거론된 사람 중의 한명이 바로 김태환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 구미에서 3선을 한 TK의 대표적 친박 인사다. 김 의원은 지난 2014년 12월 19일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 중진 7인방과 청와대 만찬 회동에 동석했을 정도로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뢰를 받는 인사다.
당시 비공개로 열린 만찬에는 서청원 최고위원, 최경환 의원, 정갑윤 국회부의장, 김태환, 서상기, 안홍준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친박계 핵심의원은 "설마 설마 했는데 김 의원부터 쳐 낼 줄 몰랐다"며 "애매한 친박도 아니고 대통령의 총애를 받고 있는 확실한 친박부터 자른 것은 앞으로의 공천 컨셉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친박 원로 3인방도 '사정권'…"상향식 공천은 이미 깨졌다"
더 나아가 수도권 친박 중진 인사들도 물갈이 대상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돈다.
대표적 후보군으로는 서청원(7선·경기 화성갑), 이인제(6선·충남 논산계룡금산), 황우여(5선·인천 연수) 의원 등 소위 친박 원로 3인방이다.
이들 3인방은 친박 원로급 인사들이자 차기 국회의장 후보군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K 물갈이 폭과 깊이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이들 친박 원로 3인방의 운명이 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당직자는 "과거에 차떼기 사태 직후 공천 때는 나이 예순만 넘어도 물갈이 대상에 올랐다"면서 "2008년, 10년만에 정권교체를 달성하고 난 직후 MB정권의 한나라당 공천 때도 고령자 용퇴 문제가 자연스럽게 거론됐다. 이번 공천이라고 예외가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밖에 수도권 친박 중진으로는 정우택(3선·충북 청주상당), 진영(3선·서울 용산), 한선교(3선·경기 용인병), 홍문종(3선·경기 의정부을) 의원 등 4인방이 있다.
한 수도권 비박계 의원은 1차 공천 결과에 대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우선추천지역, 단수지역 등이 거침없이 발표되는 걸 보고, 혹시나가 역시나 였다"면서 "앞으로 저항보다는 충격과 공포가 당을 지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면서 "앞으로 2주 동안 수도권 민심의 향배에 따라, 또 야당의 물갈이 폭과 쎄기에 따라, 우리당의 공천 상황도 시시각각 변할 것"이라며 "상향식 공천은 이미 깨졌다"고 말했다.
다음은 새누리당 중진 36명의 공천관련 현황이다.
△공천확정자(4명) : 김정훈(3선, 부산 남구갑), 조경태(3선, 부산 사하을), 원유철(4선, 경기평택갑), 이주영(4선, 경남 창원마산합포), △공천탈락자(1명) : 김태환(3선, 경북 구미을) △총선불출마(4명) : 이완구(3선, 충남 부여청양), 이병석(4선, 경북 포항북구), 이한구(4선, 대구 수성갑), 강창희(6선, 대전 중구)
▲공천 미정(총 27명)
3선(19명) : 강길부(울산 울주군), 김재경(경남 진주을), 안홍준(경남 창원마산회원), 이군현(경남 통영고성), 유기준(부산 서구), 서상기(대구 북을), 유승민(대구 동을), 주호영(대구 수성을), 장윤석(경북 영주), 정희수(경북 영천), 정우택(충북 청주상당), 최경환(경북 경산청도), 나경원(서울 동작을), 정두언(서울 서대문을), 진영(서울 용산), 신상진(경기 성남중원), 한선교(경기 용인병), 홍문종(경기 의정부을), 황진하(경기 파주을)4선(3명) : 정갑윤(울산 중구), 심재철(경기 안양동안을), 정병국(경기 여주양평가평) 5선(3명) : 김무성(부산 영도), 이재오(서울 은평을), 황우여(인천 연수) 6선(1명) : 이인제(충남 논산계룡금산) 7선(1명) : 서청원(경기 화성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