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KBS 캡쳐>
[이미영 기자]올해 신규 또는 재선임된 10대그룹 사외이사의 44%가 장·차관 등 이른바 '권력기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란 회사의 경영진이 아닌 이사로, 대주주의 독단적인 경영이나 전횡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 경영진이나 최대주주로부터 독립돼 회사의 의사결정이 잘못되지 않도록 감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8일 KBS와 재벌닷컴이 올해 10대 그룹 상장사가 공시한 주총안건을 분석한 결과 신규 또는 재선임 예정인 사외이사 135명 중 '권력기관'출신인 인사가 60명으로 전체 사외 이사의 4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차관 출신 등 고위관료 출신이 28명이었고, 판사·검사 출신이 각각 16명, 국세청 출신 7명, 금감원 출신 6명, 공정위 출신 3명이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기획 수석을 거쳐 고용노동부 장관과 기획재정부 장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박재완 전 장관은 삼성전자와 롯데쇼핑 등 2개사의 신규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삼성중공업),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GS건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두산인프라코어), 김경한 전 법무부 장관(한화생명), 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오리콤)도 10대그룹 계열사 신규 사외이사로 영입됐다.

김성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은 삼성증권, (주)GS의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판·검사 출신 중에서는 박용석 전 대검찰청 차장(롯데케미칼), 정병두 춘천지검장(LG유플러스), 노환균 전 대구고검장(현대중공업), 천성관 전 서울지검장(두산건설), 채동헌 전 춘천지법 부장판사(코스모신소재) 등이 신규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송광수 전 검찰총장은 삼성전자와 두산, 문효남 전 부산고검장은 삼성화재, 차동민 전 서울지검장은 두산중공업, 노영보 전 서울지법 부장판사는 (주)LG, 이석우 전 서울지법 부장판사는 대한항공, 석호철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한화테크윈의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국세청 출신으로는 이승호 전 부산지방국세청장(현대모비스), 김영기 전 국세청 조사국장(현대건설), 채경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롯데칠성음료), 김용재 전 중부지방국세청 납세자보호담당관(한화투자증권)이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SK텔레콤), 김창환 전 부산지방국세청장(두산), 박외희 전 서울지방국세청 부이사관(현대비앤지스틸)은 재선임됐다.

금감원 출신은 문재우 전 금감원 감사가 호텔신라와 롯데손해보험 신규 사외이사로 영입됐다. 이장원 전 금감원 부원장과 김윤하 전 금감원 검사국장은 롯데케미칼과 롯데하이마트 사외이사로 새로 올랐다.

김동수 전 공정위 위원장은 두산중공업, 안영호 전 공정위 상임위원은 LG화학의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황정곤 전 공정위 부이사관은 현대비앤지스틸의 사외이사에 재선임됐다.

그룹별로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의 비율을 보면 롯데그룹이 올해 신규 또는 재선임한 사외이사 19명 중 63.2%인 12명이 전직 장관 등 권력기관 출신들이 차지했다.

롯데에 이어 삼성그룹(61.9%), 두산그룹(61.5%), 현대차그룹(50%), GS그룹(50%)도 올해 신규 또는 재선임한 사외이사의 절반 이상을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로 채웠다. 반면 SK그룹은 25%로 가장 낮았다.

교수 출신 사외이사는 47명으로 전체의 33.6%를 차지했다.

대학별로는 서울대 교수가 15명으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성균관대 교수 4명 ▲고려대와 연세대, 한양대 교수가 각각 3명 ▲서강대와 중앙대가 각각 2명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또 올해 10대그룹의 신규 또는 재선임된 사외이사 가운데 2곳 이상의 회사에서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인사는 39명이나 됐다.

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은 (주)CJ와 오리콤, BNK금융지주 등 3개사 사외이사를 겸직해 가장 많았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삼성전자와 롯데쇼핑, 권도엽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GS건설과 CJ대한통운,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이 삼성중공업과 SK가스 등 2개사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허경욱 전 기획재정부 차관(삼성생명·GS), 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SK텔레콤·메리츠금융지주), 노영보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LG·현대중공업), 손병조 전 관세청장(삼성화재·현대정보기술)도 2개사의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교수 출신 중에서는 이창우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LG전자·AK홀딩스), 곽수근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롯데쇼핑·LS), 유관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에스원·오리콤) 등이 2개사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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