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김민호 기자]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아왔던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현실 정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20대 총선 충청 공략을 위해 정 전 총리의 영입을 추진해오던 두 정당들은 충청전략 수립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정 전 총리가 지난달 23일 국민의당이 주최한 특별강연에 참여하고 24일에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30여분간 회동을 가지면서 정치 참여가 임박했다는 관측을 낳았었다.

하지만 정 전 총리는 8일 입장자료를 내고 "동반성장을 통해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에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정치 참여 고민을 거듭했다"며 "그러나 작금의 정치상황을 보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꿈조차 흔적 없이 사라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정 전 총리는 “물론 동반성장을 위하는 길이 있다면 당연히 그 길을 가야 하겠지만 지금의 정치 참여는 오히려 그 꿈을 버리는 일이 될 것 같은 우려가 더 크게 다가왔다”며 “이에 잠시나마 흔들렸던 마음을 다시 모아 사회활동을 통한 동반성장의 길에 더욱 매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그동안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더불어민주당과 ‘공정성장’을 강조해온 국민의당 양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아왔지만 “아직 정치에 참여할지조차 결정하지 않았다”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었다.

정 전 총리는 “지난 5년 동안 ‘동반성장 전도사’를 자처하고 전국을 돌면서 수많은 분들을 만났다”며 “앞으로는 정치라는 권력 투쟁의 장(場) 대신 흙먼지 묻어나고 땀내 나는 삶의 현장을 더 자주 찾아가서 어렵고 힘든 분들과 애환을 같이하겠다”고 했다.

또 “그 속에서 우리 사회를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는 동반성장 사회로 만들어가는 운동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는 잘못된 국가정책을 만들어내는 정치에서 파생된 게 사실”이라며 “우리 시대,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는 정치로 귀결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문제의 시작부터 끝까지 정치가 문제라면, 문제의 현장에서 해답을 찾고, 동반성장을 제도화하는 것이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그래서 여전히 정치의 변화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며 여지를 남겼다.

정 전 총리는 그러나 “소통의 길이 막혀있는 현재의 정국에서는 정치 활동을 통해 동반성장을 구현하는 것보다는 사회활동을 통해 동반성장 문화를 확산하는 것이 더 생산적으로 판단된다”며 “저는 무엇이 되느냐보다, 무엇을 하느냐에 더 큰 가치를 두어 왔다.

끝으로 "저는 무엇이 되느냐보다 무엇을 하느냐에 더 큰 가치를 두어왔다. 동반성장을 통해 분열된 우리 사회가 통합으로 나아가고, 남과 북의 동반성장을 통해 더불어 잘사는 평화통일을 준비하는 길에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참여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간 정 전 총리의 영입에 공을 들여왔던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정 전 총리의 정치불참 선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내심 서운한 모습이다.

더민주의 한 핵심당직자는 이날 오후"(정 전 총리가) 정치를 안 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반응해야 될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고, 김영환 국민의당 인재영입위원장은 지난 6일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정 전 총리가 회동한 사실을 전하며 "정치를 안 하기로 결정한 것을 알고 있었다"고만 짧게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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