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지지부진한 박스권 장세를 연출했던 코스피가 글로벌 정책 이벤트의 훈풍을 타고 올 들어 처음 단기 박스권 상단인 1950선까지 올라섰다.

그동안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아온 외국인이 5거래일간 1조3,000억원 넘는 주식을 사들이며 수급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거래량은 8조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투자심리가 여전히 냉랭함을 반증하는 증거로 해석돼 박스권 징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국내증시(코스피+ 코스닥) 거래대금은 7조7480억원을 기록했다. 장중 연중최고치를 넘어선 지난 7일(7조9855억원)과 6일(7조7145억원)을 포함해 3거래일 연속 8조원을 밑돌았다.

월별로 보면 지난해 11월(8조2851억원), 12월(7조1419억원), 올해 1월(8조3072억원), 2월(7조7633억원)에 이어 1년 가까이 7조원과 8조원 사이를 맴돌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가지수가 상승하면 거래대금도 함께 늘어난다. 하지만 최근 반등국면에서는 거래대금이 크게 늘지 않는 모습이다. 이는 상승장에 대한 기대보다는 박스권 내지는 하락장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많음을 의미한다.

또 개인투자자들이 계속된 투자손실 경험으로 주식투자를 기피하는 데다 특히 최근 글로벌 변수가 너무 많아 시장을 예측하기가 어려워진 점도 증시를 떠나게 만든 요인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투자 이재만 연구원은 "지수 반등에도 불구하고 거래량이 증가하지 않다는 것은 투자자들의 상승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기업 이익의 개선 시그널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선인 120일 이동평균선인 1960선이 강한 저항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현재 주가 수준에서는 주식 비중을 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식시장의 기초체력이라 할 수 있는 기업 이익의 개선 신호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투자자들이 쉽사리 주식시장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지난 25일부터 지난 7일까지 7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온 외국인은 지난 8일 968억원 순매도로 돌아서 수급이 다시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BNK투자증권 김경욱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우리 기업들의 펀더멘털과 환율의 방향성"이라며 "기업 펀더멘털은 부진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이는 이미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이고, 환율의 경우에도 순매수 유인은 약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나타나야 증시 수익률 뿐만 아니라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자금이 들어올 수 있다"면서 "캐리 트레이드성 자금 유입 가능성도 여건이 그리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국내증시의 상승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 드 주요 2개국(G2)의 모멘텀이 우호적이고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성향이 강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달 안에 줄줄이 발표될 글로벌 정책 이벤트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유효한 만큼 추가 상승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달 중순 이후의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으로 일부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미국과 중국, 유럽 등 글로벌 정책 공조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글로벌 증시의 반등 기조도 훼손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글로벌 정책 공조 효과가 국내 증시의 추가 하락을 방어해주면서 기업들의 실적 감소세가 점차 둔화되고 유가와 환율 등 대외변수들이 개선되면 다음달부터 추가 상승해 2,000선 돌파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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