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경선지역에는 현역의원이 있는 지역구 10곳이 들어갔지만 당초 이날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던 초재선 공천 탈락자 명단은 10일로 미뤄졌다.

이를 두고 국민의당과의 야권통합을 위한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당이 '야권통합의 고리'로 더민주의 '친노(親노무현)·운동권 물갈이'를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2차 컷오프 결과를 주시하는 가운데, 더민주가 '국민의당의 눈높이'를 가늠하기 위해 일부 명단을 흘리고 반응을 보면서 컷오프 명단을 조정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더민주는 당초 9일 '3선 이상 하위 50%, 재선 이하 하위 30%'를 대상으로 정밀심사·가부투표를 한 2차 컷오프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하루를 연기했다. 이 또한 지난 8일 명단을 발표하기로 했다가 순연된 일정이었다.

다만, 초·재선 현역의원이 포함된 경선지역 10곳을 발표함에 따라 일부 컷오프 명단을 발표한 셈이 됐다. 컷오프 명단에 오를 경우, 경선을 치를 수 없다.

그러나 이날 발표를 놓고 당 안팎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분위기가 대세를 이뤘다.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홍창선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은 그동안 당내 주류인 '친노·운동권 패권주의'를 청산하는 한편 도덕성 부분을 놓고 강도 높은 심사를 하겠다고 밝혀왔는데, '기대이하의 명단'이라는 혹평이 나왔다.

◇경선지역 18곳 발표

현역이 있는 경선지역에는 서울 성북갑(유승희 의원, 이상현 ㈜엔코라인 대표), 서울 강북을(유대운 의원, 박용진 전 대변인), 서울 양천갑(김기준 의원, 황희 전 청와대 행정관), 경기 수원갑(이찬열 의원, 이재준 전 수원시 제2부시장), 경기 성남 중원(은수미 의원, 안성욱 예비후보)이 들어가 있다.

또 경기 부천 원미갑(김경협 의원, 신종철 전 도의원), 전북 전주을(이상직 의원, 최형재 노무현재단 전북지역위 공동대표), 전북 완주·진안·무주·장수(박민수 의원, 안호영 변호사, 유희태 예비후보), 제주갑(강창일 의원, 박희수 전 도의회 의장), 제주을(김우남 의원, 오영훈 전 도의원) 등도 포함됐다.

경선 대상에는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은 일부 의원도 포함됐다.

김경협 의원은 ‘세작’ 발언으로 윤리심판원 징계를 받았고, 유대운 의원은 한밤중에 술을 마시고 경찰지구대를 찾아가 “바바리맨을 찾아내라”고 호통을 쳐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테러방지법 처리 저리를 위해 10시간 18분의 국회 본회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나서 주목을 받은 은수미 의원도 경선을 치르게 됐다.

◇다음 컷오프는 나?

한편 이날 후보자격을 얻지 못한 현역 의원들은 다음 물갈이 대상이 되지나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발표되지 않은 의원들의 경우 '잠재적 컷오프 후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원들은 겉으로는 "심사가 미뤄진 것뿐 별 일이 있겠느냐"고 태연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작은 소문 하나하나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나 복수신청 지역에 출마하는 초·재선 현역의원들의 경우 한층 초조한 표정이었다.

당 관계자는 "초·재선 의원들에 대한 평가는 일단 마무리된 것으로 안다"며 "경선 후보에 올리는 것이 확정됐다면 이날 발표 대상에 포함됐을 텐데, 명단에서 빠졌으니 찝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복수지역 초·재선 의원들 중 이날 경선후보로 낙점을 받지 못한 의원은 심재권, 윤후덕, 이목희, 이윤석, 이춘석, 정청래, 강동원, 김민기, 남인순, 도종환, 박혜자, 신정훈, 이원욱, 장하나, 진선미, 진성준, 최동익, 홍익표 의원 등 18명이다.

이 가운데 일부 의원들은 지역구 사정 탓에 심사가 미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원욱 의원은 "지역구인 화성을이 분구지역인 탓에 주민 여론조사도 뒤늦게 시작되더라"라고 설명했다.

성동갑에 도전한 홍익표 의원도 "애초 지역구가 단수신청 지역에서 복수신청 지역으로 변경됐다"며 "심사 순서가 뒤로 밀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 역시 "심사를 하다보니 좀 오래 걸린 것 아니겠나"라며 "경쟁력에서 문제가 없는 만큼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초조한 속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 의원은 "혹시나 내가 배제 명단에 포함됐다는 소식을 들었느냐"고 기자에게 반문하기도 했다.

다른 의원도 "아무래도 윤리심사를 철저하게 한다는 점이 좀 걸린다"며 "두고보자"고 말을 아꼈다.

초·재선 다음 심사 대상인 중진들의 경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 3선의원은 "발표되는 것을 보면 다 알지 않겠냐"며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의원들은 보좌관들을 통해 최대한 컷오프 심사 진행상황에 대해 정보를 알아오라고 주문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컷오프 평가에 대해서는 수시로 보고하고 있다"며 "최우선 사항으로 두고 정보를 모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에 의원회관을 중심으로는 '공천배제자 명단'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글들이 마구 번지면서 초조함을 더하고 있다.

특히나 공천 탈락자가 한번에 결정되지 않고 순차적으로 발표되자 의원들의 입도 바싹바싹 말라가는 모습이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차라리 오늘 결판이 났으면 좋을 수도 있었다"며 "오늘 경선후보가 되지 못한 의원들은 또 내일까지 초조하게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니냐. 서서히 숨이 막혀오는 듯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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