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 개혁방안 제시, 일몰제 확대등 틀도 개혁

[김민호 기자] 올해 말까지 경제 관련 규제 약 1만1000건 중 10%에 해당하는 1100건이 폐지된다. 또 박근혜 정부 임기내에 추가로 1100건이 감축된다.

규제의 틀도 대폭 바뀐다. 즉 기존 모든 규제 가운데 절반에 대해서는 일몰제가 적용돼 일정시간이 지나면 자연 폐지토록 했다. 신설되는 규제에는 네거티브 방식에 일몰제 원칙과 함께 '동일비용 규제 감축(cost-in, cost-out)'이 적용된다.

국무조정실은 20일 오후 서울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실시된 '제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규제시스템 개혁방안'을 보고했다.

▲ 朴대통령 규제개혁장관회의 모두발언 모습
정부가 밝힌 규제시스템 개혁방안은 모두 8가지다.

▲신설규제 도입시 동일비용 규제 감축 ▲경제 규제 올해 10% 감축, 임기내 최소 20%감축 ▲모든 신설규제에 네거티브·일몰 원칙 적용 ▲기존 규제 일몰 50% 설정 ▲미등록규제 등록조치 ▲미등록규제 실효화 및 20% 감축 ▲손톱 밑 가시 존치이유 3개월내 소명의무화 ▲규제정보 애로의 창 일원화 등이다.

국무조정실은 현재 정부(규제개혁위원회)가 관리하는 모든 규제인 등록규제 1만5269건 중 경제규제 1만1000여건 가운데 우선 올 연말까지 10%를 폐지하기로 했다. 정부 임기내에 추가로 같은 건수만큼 줄인다는 방침이다.

감축 대상은 경제부처가 관리하는 6700여건, 사회부처 관리 3600여건, 질서안보 부처 700여건 등이다.

정부는 올해까지 부처 특성에 맞게 최소감축률을 부여해 규제 폐지를 유도하고 내년부터는 부처가 자율적으로 감축 목표를 제시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규제의 틀도 대폭 전환된다. 정부는 모든 신설규제에 네거티브·일몰 원칙을 적용하는 한편 기존 규제에 대해서는 올해까지 30%, 임기내 50%까지 일몰을 설정키로 했다.

규제를 신설할때는 '동일비용 규제 감축(cost-in, cost-out)'방식이 적용된다. 이는 새로 도입하는 규제가 야기하는 사회적 비용규모에 해당하는 기존 규제를 없애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04년 실시됐던 규제 총량제가 '건수 기준'으로 운영돼 실효성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에는 비용의 원칙을 적용하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비용 기준에서 비용은 규제 도입으로 국민과 기업이 직접 부담해야 하는 '직접비용'을 말하며 부처가 비용분석을 한 뒤 비용분석기구를 통해 검증하는 방식을 거쳐 기준을 설정키로 했다.

다만 위기상황 등 긴급대처가 필요한 경우 국민의 생명, 안전관련규제, 조약이나 국제협정에 의해 도입된 규제 등은 예외로 둔다는 방침이다.

부처에서 핵심·덩어리 규제 개선을 이뤄낼 경우에는 규제개혁 성과에 대한 가중치가 부여된다. 정부는 보건의료, 관광, 교육, 금융, 소프트웨어 등 5대 서비스 분야 태스크포스에서 추진중인 규제와 관련해 개선시 가중치를 부여해 감축 목표량을 달성한 것으로 반영키로 했다.

이와함께 미등록 규제에 대한 등록 조치도 실시된다. 정부는 올해 6월까지 미등록된 규제를 자진신고토록 하고 연말까지 국조실과 법제처 주관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해 미등록 규제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또 신고되지 않은 미등록 규제는 원칙적으로 실효화를 시키되 실효가 곤란한 경우 효력 상실 일몰을 설정키로 했다. 신고된 미등록 규제는 기존 규제와 마찬가지로 임기내 최소 20% 폐지한다는 계획이다.

현장에서 제기되는 규제에 대한 처리 방침도 제시됐다. 정부는 향후 현장에서 건의된 규제개선과제 중 합리적인 제기 내용을 부처에서 불수용할 경우 해당 부처는 3개월내 해당 규제가 존치해야 하는 이유를 소명토록 의무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해당 부처에서 소명한 이유가 타당하지 못할 경우 규제개혁위원회에서의 심의를 거쳐 개선을 권고키로 했다.

규제 정보와 관련된 소통창구도 일원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모든 규제 정보와 규제 애로·불편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규제정보포털(better.go.kr)을 다음달까지 개편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은 "규제개혁의 핵심은 실천이며, 현장에서 체감하는 결과가 나오도록 하는 것"이라며 "법·제도를 고치지 않고도 공무원의 사고와 행태 변화만으로 해결이 가능한 규제도 상당수다. 공직사회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규제개혁은 필연적으로 갈등과 이해관계 조정을 수반하기 때문에 기득권층과 이해당사자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는 규제개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할테니 기업들은 투자확대를 통한 경제 활성화에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박근혜 대통령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 모두발언 전문>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 제1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겸 민관 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개최하게 되어 매우 뜻 깊게 생각합니다.

지난 1년여 간 수많은 회의들을 주재해 왔는데, 규제개혁과 관련해 끝장토론을 하는 오늘은 실질적인 현장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의미있고, 중요한 회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무엇보다 규제개혁에 방점을 두는 것은 그것이 곧 일자리 창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에 일자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는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도,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도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는 없습니다.

우리 경제가 다시 부흥하고,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성장동력에 다시 불을 붙이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최대의 과제입니다.

그러기 위해 정부가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습니다. 민간부문이 활력을 되찾고,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다양한 분야와 각 계층에서 창의적이고 새로운 투자와 도전에 나서줘야 가능한 일입니다.

저는 규제개혁이야말로 ‘경제혁신과 재도약’에 있어 돈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유일한 핵심 열쇠이자, 각계 각층의 경제주체들이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용기를 북돋을 수 있는 기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역대 정권들이 모두 규제개혁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고, 우리나라에만 있는 규제와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규제, 그리고 여러 부처에 걸쳐 있는 덩어리 규제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최근 방영된 우리나라 드라마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본 수많은 중국 시청자들이 극중 주인공들이 입고 나온 의상과 패션잡화 등을 사기 위해 한국 쇼핑몰에 접속했지만 결제하기 위해 요구하는 공인인증서 때문에 결국 구매에 실패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만 요구하고 있는 공인인증서가 국내 쇼핑몰의 해외진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국제비교에서도 우리나라는 규제강도가 심해서 낮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손톱 밑 가시 과제 397건 중 92건이 아직 추진 중에 있습니다.

아직 추진되고 있지 않는 92건이 우리 경제의 투자를 막고 있고, 경제 활력의 발목과 투자 의지를 꺾고 있습니다.

각종 부담금 납부시 신용카드 납부 근거마련을 위한 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에 있고, 수영장 요금을 일반영업용에서 목욕탕용으로 개선하는 문제는 체육시설단체들과 지자체간에 이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산림사업법인 등록기준을 완화하는 문제는 이미 진출해있는 업체들의 반발로 이해조정에 애로를 겪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회에 계류 중인 과제, 부처간, 지자체간에 이견이 있는 과제, 이해관계인 간에 이해가 충돌하는 과제 등에 대해서는 해당 부처가 빠른 시일 내에 이런 과제들이 해결될 수 있도록 창의적인 대안을 모색해 주셔야 합니다.

또, 법률과 시행령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현장을 옥죄는 그림자 규제와 비합리적인 행정지도 등도 문제입니다.

현장에서는 정작 명시적인 규제보다도 성의를 다 안하는 늦장 행정과 수시로 바뀌는 행정지도 관행이 더욱 골칫거리라고 하소연합니다.

이런 잘못된 나쁜 규제들과 관행들이 국내 기업들의 창의력과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우리나라에 투자하려는 외국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규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논의 자체가 되고 있지 않은 또 다른 어려운 문제들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청년들과 벤처, 여성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걸림돌을 과감히 걷어내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성공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지난 2월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3대 분야에서 59개의 세부 실행과제들이 선정되었지만, 규제개혁은 모든 분야, 모든 세부과제들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규제개혁을 통한 투자 활성화는 ‘내수와 수출이 균형을 이루는 경제’의 선결조건입니다. 정부가 기업들에게 투자 확대를 주문하면서 정작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개혁하는 데 소극적이라면 어느 누구도 그런 정부를 믿고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입니다.

‘창조경제를 통한 역동적 혁신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창조경제의 핵심기반은 융합이기 때문에 낡은 규제가 융복합과 신기술 적용을 가로막는 환경에서는 창조경제가 꽃 피울 수 없습니다.

국민이 지킬 수 없는 불합리한 규제, 공무원의 자의적인 법 해석과 적용의 소지가 있는 불명확한 규제는 규제를 피해가기 위한 편법과 부정·부패 등 비정상적인 관행을 조장합니다.

◇지난해 한 외국계 전문기관(맥킨지)은 한국 경제를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로 비유하면서 특단의 개혁조치 없이는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저는 규제개혁이야말로 바로 그 특단의 개혁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예로부터 진취적이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길 좋아했습니다. 외국에서도 한국을 ‘역동적인 나라’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불합리한 규제들을 획기적으로 개혁한다면, 모든 국민의 역량과 창의성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오늘 회의를 통해 경제 대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는 규제개혁의 아이디어와 성과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몇 가지 당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규제개혁이 성공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자세입니다. 각 기관의 공무원들의 자세와 의지, 신념에 따라 규제개혁의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입니다.

규제개혁을 촉진하는 공직 풍토를 만들어야 합니다. 아무리 정부가 나서고 대통령이 나서도 실제적인 행정의 키를 가지고 있는 공무원들의 의지가 없으면 현장에서 사장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입장에 서서 가급적 ‘되는 방향’으로 규정을 해석하고, 안 된다는 규정에 대해 의문을 품고 개선하는 공무원이 우대받는 공직 풍토를 만들어야 합니다.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장 큰 불만 중 하나가 공무원들이 감사를 의식해서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법령을 해석․적용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업을 하려는데,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유권해석을 받아오라고 하고, 중앙부처는 그건 지자체 소관이라 판단할 권한이 없다고 하면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례도 있고, 특별한 이유없이 인허가 처리를 지연시키는 경우도 많습니다.

앞으로는 공무원들의 평가시스템을 전면 손질해서 책상이 아니라 현장에서 창의성을 발휘하고, 규제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공무원들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서 국민과 기업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집행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소 문제가 생기더라도 감사에서 면책해 주는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매년 평가를 통해 규제개선 실적이 우수한 부처와 공무원에게는 예산과 승진, 인사 등에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고, 보신주의에 빠져 국민을 힘들게 하는 부처와 공무원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제가 늘 강조해 왔듯이 개별 건별로 하는 단편적인 규제 개선을 넘어 규제를 시스템적으로 개혁하는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야 합니다.

규제총량제를 비롯해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 규제일몰제와 같은 규제억제 시스템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합니다. 특히 규제의 숫자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효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투자를 막는 규제가 5가지라고 할 때 이 5가지가 다 풀려야만 해결이 되는데, 그 중 한 두 개만 풀어놓고 규제를 풀었다고 하면 나머지 규제 때문에 여전히 투자는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또, 의원입법을 통해 규제가 양산되는 것을 막는 것도 중요합니다.

의원입법이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 속에서 의원입법을 통한 규제 신설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반쪽짜리 규제개혁이 되고 맙니다. 앞으로 국회 차원에서 의원입법에 관한 규제 심의장치가 마련될 수 있도록 국회와 긴밀하게 협의해 주기 바랍니다.

규제개혁을 추진함에 있어 규제강화와 규제완화가 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규제는 양면성이 있습니다.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가로 막는 규제는 우리 경제의 암 덩어리지만, 복지와 환경, 개인정보보호와 같이 꼭 필요한 규제들도 있습니다.

예컨대, 시장의 독점 폐해를 줄이기 위한 공정거래분야의 규제라든지, 노동 3법과 소비자보호법과 같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 1회 용품의 과도한 사용을 금지하는 환경보호 규제 등은 규제 강화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규제개혁의 목표를 분명히 해서 불필요한 규제와 꼭 필요한 규제를 균형있게 개혁해야 합니다.

단순히 모든 부처에서 일괄적으로 규제의 수를 줄인다는 획일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부처별로 좋은 규제와 나쁜 규제를 구분해서 좋은 규제는 더 개선하고, 나쁜 규제는 뿌리를 뽑는 규제 합리화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회의에는 각 부처 장관은 물론이고, 규제의 직접 당사자인 경제인 여러분들과 민관합동 규제개선추진단과 규제개혁위원회 여러분, 민간전문가 분들과 국회에서도 참석해 주셨습니다.

우리보다 앞서 규제개혁을 실천해온 영국정부를 대표해서 스콧 와이트먼 대사님까지 참석해 주셨습니다.

규제와 관련한 모든 책임자와 이해당사자,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인 만큼, 오늘 이 자리가 우리 경제를 살리는 돌파구가 될 수 있도록 참석하신 모든 분들이 현장에서 겪고 계신 생생한 어려운 점들을 말씀해주기시 바랍니다.

앞으로 한국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규제개혁을 어떻게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겠는지, 어떤 의견이든지, 누구의 구애도 받지 말고, 허심탄회한 소회와 현장의 어려움을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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