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 새누리당 4·13 총선 지역구 공천 심사는 사실상 유승민(대구 동을) 의원 지역 한 곳만 남겨둔 상태다.

253개 지역구 가운데 아직 최종 후보자가 결정되지 않은 곳은 최고위원 지역을 비롯해 경선이 진행 중인 지역이거나 최고위의 재심 요청이 들어온 몇 군데밖에 없다.

유 의원 공천에 대해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굉장히 정무적인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결정을 미루고 있고, 최고위원회의 역시 공천 여부에 견해가 엇갈리면서 공관위로 떠넘긴 형국이다.

이처럼 유 의원 공천 여부 결정이 늦어지는 것은 그만큼 공천 여부를 둘러싸고 당내 친박계와 비박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진통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일단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공천갈등 차원을 넘어 정치적 계산이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당내에서는 친박계 주류가 유 의원 공천 여부 결론을 늦추며 고사(枯死) 작전에 들어갔다는 해석도 있다.

공천에서 배제할 경우 탈당 후 무소속 출마의 명분을 주게 되지만, 최대한 공천 결정을 늦추면 그럴 가능성을 어느 정도 차단하는 것은 물론 유 의원을 구심점으로 비박계가 무소속 연대를 통해 세력화하는 것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 청와대 의중에 따라 유 의원을 잘라 냈다는 비판도 어느 정도 피함으로써 총선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구 동을은 여당의 초강세 지역인 만큼 공천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전략도 엿보인다.

반면, 비박계에서는 유 의원 공천 여부가 지연되는 것을 포함해 사실상 여러 지역구에서 전략공천이 이뤄지고 있다며 공관위 심사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당 위원장인 김용태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당의 기둥인 당헌·당규를 철저하게 무시한 공천은 원천 무효"라면서 "새누리당을 바로 세우기 위해 의원총회 소집 등 동지들의 뜻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유승민 의원이 17일 사흘째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공천 발표 때까지 공식 입장 발표도 않겠다는 자세다.

유 의원은 지난 15일 오전 지역구 비공개 일정을 소화한 뒤, 당일 오후 1시께 대구 동구 용계동 자신의 아파트에 들어가 하루 종일 칩거했다.

유 의원은 15일 저녁 자신의 측근들에 대한 무더기 컷오프 소식을 뉴스를 통해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은 다음 날인 16일 새벽 4시께 자택을 빠져나와 이날 오전까지 일체의 외부 접촉을 끊고 대구 모처에 머물고 있다. 공천 탈락한 이종훈 조해진 의원 등 옛 측근들과 간간히 전화통화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그러나 유 의원에 대한 처분 결과를 미루고 있다.

'이한구 공관위'는 최고위에 유 의원 공천 여부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최고위는 '공관위가 알아서 하라'는 입장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형국으로 서로 유승민 처분 문제를 미루는 셈이다.

이에 대해 당내에서는 "유 의원 스스로 거취를 결단하라"는 압박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더 나아가 유 의원 공천 문제를 최대한 늦춰, 공천탈락한 유승민계가 섣불리 단체행동에 나서지 못하도록 압박하겠다는 계산도 깔려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새누리당 공천에서 이른바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인사 7명은 경선도 치뤄보지 못한 채 잘려나갔다.

이이재(강원 동해삼척) 류성걸(대구 동갑) 권은희(대구 북구갑) 홍지만(대구 달서갑) 김희국(대구 중남구)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이종훈(경기 성남분당갑) 의원 등이다.

새누리당이 컷오프 시킨 지역구 현역 17명(비례대표 3명은 제외) 중 무려 7명이 유승민계인 셈이다.

이러한 가운데 유 의원 측은 "공천 발표 전에는 어떠한 입장 발표나 결정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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