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일보 편집국장
4월 총선의 새누리당 공천이 논란이 되고 있는 유승민 의원 지역구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막바지에 왔다. 여당내 친박(친 박근혜)계는 대구 지역에서의 물갈이에 일부 성공했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경선으로 치러진 지역구에선 고배를 마신 지역도 적잖다.

이는 새누리당의 공천이 민심을 심각하게 역행했다는 결과다.

이제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유승민 의원은 공천 여부다.

공천관리위원회와 최고위원회의가 서로 결정을 떠넘기면서 돌고 돌아 제자리다. 심야에 최고위원회의까지 열었으나 결론은 없었다. 3선 의원 한 사람의 공천을 이렇게 질질 끄는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이에 따라 유 의원의 지역구 유권자는 물론 대구 시민 전체의 피로감은 임계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러자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참으로 해괴한 해법을 내놓았다. 유 의원이 스스로 탈당하라는 것이다. 그 속셈은 뻔하다. 손 안 대고 코를 풀겠다는 것이다.

공천관리위원회는 공천 심사의 전권을 행사해왔다. 이 위원장은 공관위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김무성 대표에게 “바보 같은”이란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현역 다선 의원도 단칼에 잘라내면서 공천신청자를 벌벌 떨게 했던 그 서슬은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권한이 크면 책임도 그만큼 크다. 공관위가 공천에 전권을 행사했으니 그 결과에 대해서도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 유 의원 스스로 탈당하라는 소리는 결국 엄청난 후폭풍이 걱정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결정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기회주의적이고 비겁한 태도다. 책임을 지기 싫으면 공천 ‘칼자루’도 쥐지 말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유 의원에 대한 탈당 요구는 매우 질 나쁜 책임 회피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유 의원의 공천 배제는 이미 확정됐으며, 유 의원이 끝내 탈당하지 않을 경우 비례대표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탈락을 슬쩍 끼워넣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실이라면 더욱 비겁한 꼼수다. 그런 ‘물타기’로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는 우리 국민의 수준을 얕봐도 한참 얕보는 것이다. 공천을 배제하기로 했으면 당당하게 공표하고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순자荀子>의 〈애공哀公〉 편에 나오는 궁하필위(窮下必危)라는 성어가 있다.

‘궁한 쥐가 고양이를 문다’는 뜻으로 아랫사람을 궁하게 하면 반드시 자기가 먼저 위태롭게 된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적어도 국민은 이번 새누리당의 ‘개혁’을 가장한 ’개악‘ 공천‘을 정대 잊지 않고 표로 심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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