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4곳 중 1곳

 
[김홍배 기자]지난달 거래된 서울 강서구 방화동 동부센트레빌 2차 아파트의 전용면적 84㎡(1층) 매매가는 3억3000만원이지만 전세금은 이보다 1000만원 비싼 3억4000만원대이다. 서울 도봉구 도봉동 한신아파트의 전용면적 84㎡는 전세금이 매매가와 같은 2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이처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전셋값이 매매가격에 근접하는 사례가 속출함에 따라 집을 처분해도 전세값을 돌려주기 어려운 '깡통전세'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깡통 전세는 집값이 전세금 이하로 떨어지거나 집주인이 빚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거래된 수도권 아파트 네 곳 중 한 곳은 전세금이 매매가의 90%를 넘었다. 집값이 지금보다 10%만 내려도 세입자는 전세금을 온전히 회수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2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현재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경우 전세가율(매매가격에 대한 전세가격의 비율)이 80%를 넘어서는 지역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경기 지역에서는 군포(84.2%), 의왕(82.4%), 안양(81.3%) 등의 전세가율이 80%를 넘어섰다. 서울에서는 동대문구(80.3%)와 관악구(80.2%) 등의 전세가율이 80%를 웃돈다. 이밖에 경기 고양시(79.4%), 인천 부평구(79.4%), 서울 동작구(79.9%), 서울 구로구(79.7%) 등의 전세가율도 80%에 육박한다.

 
하지만 이는 전세가율 평균치일 뿐이다. 일부 지역 역세권 소형 아파트의 경우 전세가율이 90%를 웃도는 곳도 많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 성동구 등에서는 전셋값이 매매가를 추월한 곳도 등장했다.

이들 단지들은 매매가가 하락하거나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깡통전세로 전락할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가율이 90%를 넘는 경우 집값이 5~10%만 조정되더라도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세에다 은행 대출까지 끼고 있을 경우 '깡통전세'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기가 훨씬 어려워진다. 경매에서 아파트가 낙찰가율 75~80%에 매각된다면 전세가율이 이보다 높을 경우에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가계부채 증가로 이같은 위험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이달 20일 발간한 '가계부채 한계가구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한계가구의 비중은 지난 2012년(12.3%)보다 2.5%p 늘어난 14.8%를 기록했다. 한계가구란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고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DSR)이 40%를 초과하는 가구다.

더욱이 앞으로 전셋값은 상승하는 반면 집값은 안정세를 보이거나 하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깡통전세' 우려는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 PB센터 수석 부동산 전문위원은 "집값이 폭락하진 않겠지만 글로벌 경제 쇼크 등이 닥치거나 공급물량이 대량 확충되면 집값이 조정될 수 있다"며 "전세 거주자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나 서울 보증보험 등에서 운영하는 전세보증금 반환 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교수는 "전세가율이 높은데도 집주인이 전셋값을 더 올리려고 할 경우, 전셋값을 올리기보다 자발적으로 월세로 전환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 계약 때 등기부등본을 떼어 집주인의 대출금이 너무 많다면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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