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 20대 총선 후보자 등록일을 하루 앞둔 23일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의 공천 문제를 둘러싼 최고위원회와 공천관리위원회의 '폭탄 돌리기'가 끝을 맺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9시부터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유 의원에 대한 공천 문제를 재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당 지도부는 전날 '심야 최고위'를 열고 유 의원 공천 문제를 결론낼 방침이었지만 공관위가 '결론'을 내지 않아 회의를 취소했다.

최고위와 공관위는 지난 1주일 간 이 문제를 두고 '폭탄 돌리기'를 이어간 바 있다.

만약 이날에도 유 의원에 대한 공천 여부를 결론 짓지 못하면 유 의원의 무소속 출마길도 원천 봉쇄될 가능성도 있다.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등록기간 중에는 당적을 이탈하거나 변경할 경우 후보자로 등록될 수 없어 유 의원이 무소속 출마 결심을 굳힐 경우 이날 자정까지는 탈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최고위는 이날 유 의원 공천 문제 이외에도 전날 발표된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의결하는 한편 김무성 대표가 제동을 걸었던 5개 단수추천 지역에 대한 의결 문제도 논의할 방침이다.

이제 유승민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천배제, 단수추천, 무공천 등 세 가지 경우의 수 가운데 단수추천은 가능성이 가장 낮다.

친박계가 유 의원에게 백기투항하는 모양새를 받아들일 리 없기 때문이다. 공천배제 경우에는 탈당 후 무소속 출마가 점쳐진다. 공관위와 최고위가 유 의원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은 채 ‘폭탄 돌리기’를 23일까지 계속한다면 무공천 가능성이 높아진다.

후보등록이 시작되는 24일부터는 당적 이탈ㆍ변경이 금지돼 무소속 출마가 불가능해지는 만큼 친박계가 유 의원에게 탈당을 강요하는 효과가 있다.

무공천으로 인해 무소속 출마로 기운다면 유 의원은 험난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새누리당 간판을 뗀 인물 대결로만 선거가 진행된다면 승산이 있지만, 함께 무소속 후보로 나갈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 측은 여전히 진박 후보임을 앞세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소속 싸움이지만 ‘박근혜 대 유승민’ 프레임은 유 의원에게 여전히 큰 부담이다. 대구에 집중된 현역 물갈이에 대한 반감과 유 의원에 대한 동정여론, ‘포스트 박근혜’를 대비한 대구의 인물육성론 등에 얼마나 힘이 실릴지가 그의 생환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거론된다.

설령 무소속으로 당선되더라도 유 의원의 정치적 운명은 전체 총선 성적표를 받아봐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다.

새누리당이 총선 패배로 여소야대 정국이 되거나 수도권에서 전패할 땐 중도층 포섭 차원에서 ‘합리적 보수’ 가치를 내세운 유 의원의 복귀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하거나 선전할 땐 주류가 된 친박계가 유 의원을 받아줄 가능성은 거의 없어 사실상 ‘정치적 미아’로 무소속 의정 활동을 해야 한다.

유 의원이 낙선하면 정계 은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 의원을 배신자로 지목한 박 대통령의 손을 들어준 대구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가 된다. 유 의원의 불출마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관측이다. 불출마는 스스로 잘못했다며 포기하는 꼴이 된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1조 1항의 가치를 강조해온 유 의원의 소신과도 배치된다. 그는 국민주권론을 통해 ‘유승민 찍어내기’에 반발해 왔다. 일각에선 유 의원이 불출마한 뒤 백의종군하며 정계 복귀를 노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 의원의 미래는 선거 결과에 달렸다”며 “대구 유권자가 박근혜 대통령이 아닌 유 의원을 선택한다면 전국적 인물로 발돋움하고, 반대의 경우라면 정치적 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유승민계의 ‘3ㆍ15 공천학살’ 이후 일주일째 칩거 중인 유 의원과 측근 그룹은 이날 외부와 거의 연락을 끊었다. 한 의원은 “당의 결정을 끝까지 지켜본 뒤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측근 ‘동반 탈당’ 가능성

한편 유 전 원내대표가 무소속 출마를 감행할 경우 컷오프된 가까운 의원들도 동반 탈당할 가능성이 높다. 김희국(대구 중-남), 이종훈(경기 성남분당갑), 류성걸 의원(대구 동갑)은 현재 행보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이미 탈당한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권은희 의원(대구 북갑)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아직 거취를 밝히지 않은 한 의원은 “유 전 원내대표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유승민 병장’ 구하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컷오프된 비박(비박근혜)계 인사들이 연대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이들이 단일 대오를 형성해 움직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18대 총선 당시 ‘친박 무소속 연대’는 ‘박근혜’라는 간판으로 묶일 수 있었지만 현재 컷오프된 비박계에는 유 전 원내대표 사단, 친이(친이명박)계 등이 뒤섞여 확실한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천 학살’에 대한 반발 여론이 커지면서 무소속 출마가 총선 판세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구 정가에 밝은 한 인사는 “컷오프된 3선의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이 탈당해 무소속 출마 대열에 합류하면 유 전 원내대표와 함께 하나의 흐름을 만들며 지역에서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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