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결국 탈당 카드를 선택했다.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유승민 의원이 지난 23일 밤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20대 총선에서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유승민(3선·대구 동을) 의원<사진>이 자신의 대구 동구 용계동 선거사무소에 모습을 드러낸 건 무소속 후보로 출마할 수 있는 탈당 시한(23일 밤 12시)을 1시간 앞둔 밤 11시쯤.

8일간의 잠행을 끝내고 수척해진 모습으로 나타난 유 의원은 사무실 좁은 복도 양 갈래로 늘어서 "유승민"을 연호하는 지지자 사이를 지나 대회의실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새누리당 로고가 빠진 채 '대구의 힘! 대구의 미래!'라고 적힌 흰색 배경막이 펼쳐졌고, 그 앞에 선 유 의원은 "오늘 저는 헌법에 의지한 채, 저의 정든 집을 잠시 떠나겠다"며 탈장을 선언했다.

유 의원은 이 자리에서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저의 고민은 길고 깊었다"며 "저 개인의 생사에 대한 미련은 오래 전에 접었다. 그 어떤 원망도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제가 고민했던 건 저의 오래된 질문,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였다. 공천에 대해 지금 이 순간까지 당이 보여준 모습, 이건 정의가 아니다"라며 "민주주의가 아니다. 상식과 원칙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면서 "부끄럽고 시대 착오적인 정치 보복"이라고 친박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유 의원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2항을 다시 언급했다. 그는 작년 '국회법 파동' 당시 원내대표직을 사퇴하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1조 1항을 말했고, 올해 2월 '진박 마케팅'이 시작되던 시점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조 2항을 얘기했었다.

유 의원은 이날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 없다"며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원칙이 지켜지고 정의가 살아있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다"라고 박근혜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그는 "제게 주어진 이 길을 용감하게 가겠으며, 어떤 고난이 닥쳐도 결코 멈추지 않겠다"며 "보수의 적자, 대구의 아들답게 정정당당하게 나아가고, 국민의 선택으로 반드시 승리해 정치 소명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공천 보류를 문제삼은 정체성 문제에 대해 "결국 정체성 시비는 개혁의 뜻을 저와 함께 한 의원들 그 죄밖에 없는 의원들을 내쫓아내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다"며 "공천을 주도한 그들에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애당초 없었다"고 일축했다.

그는 "진박, 비박 편가르기만 있었다. 국민 앞에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며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 권력을 천명한 헌법 1조 2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권력이 저를 버려도 저는 국민만보고 나아가겠다"며 "제가 두려운 것은 오로지 국민 뿐이고 믿는 것은 국민의 정의로운 마음 뿐"이라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저에게 주어진 이 길을 용감하게 가겠다. 어떤 고난이 닥쳐도 결코 멈추지 않겠다"며 "보수의 적자, 대구의 아들답게 정정당당하게 나아가겠다"고 대구 민심에 호소했다.

그는 "국민의 선택으로 반드시 승리해서 정치에 대한 저의 소명을 다할 것"이라며 "오늘 저의 시작이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로 나아가는 새로운 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저와 뜻을 같이 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경선의 기회조차 박탈당한 동지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이분들은 당을 개혁하기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왔다. 제가 이 동지들과 함께 당을 돌아와서 보수개혁을 이룰 수 있도록 국민들의 뜨거운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자신을 따라 탈당한 유승민계 인사들의 지지도 호소했다.

유 의원 측은 이날 오전부터 탈당과 무소속 출마에 대비한 행정적 절차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의 측근은 "재산 신고 문제 등 절차적으로 여러 가능성에 대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을 준비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저녁 무렵에는 자정 전에 탈당계를 내기 위해 새누리당 대구시당 인근에 사람을 대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끝까지 무소속 출마의 '증거'가 될 만한 행동은 미루는 모습이었다. 무소속으로 출마하려면 300명 이상의 추천인 서명이 필요하지만, 유 의원 측은 이날 추천인 서명을 미리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 동구선거관리위원회 도장이 찍힌 추천서 용지도 받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새누리당 공천위가 밤 10시 30분쯤 유 의원에 대한 공천 여부를 결론 내지 않은 채 다음 날로 미루겠다고 발표하자 곧장 행동에 들어갔다. 당 관계자는 "결국 유 의원으로서도 임계점까지 최대한 명분을 쌓았다가 움직인 것"이라고 했다.

유 의원 측은 24일 오전 선관위에 후보자 등록과 새누리당 로고 제거 등의 작업을 하고, 이르면 오후부터 외부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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