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험·중수익 분산투자 맡겨

▲ 로보어드바이저
[김선숙 기자]인공지능 자산관리 시스템인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를 활용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상품이 내달 처음으로 나온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란 뜻인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로, 투자자에게 기존 수익률 데이터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금융상품이나 포트폴리오를 추천해 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말한다.

최근 구글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9단 간에 펼쳐진 '세기의 대결'을 계기로 로보어드바이저는 한층 더 주목받게 됐다.

알파고와 비교될 정도로 높은 수준의 딥러닝 단계는 아니지만, 금융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자동화된 자산관리 프로그램이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 다양한 투자처에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짜준다.

장두영 쿼터백투자자문 부대표는 "사람이 일일이 전 세계 투자상품을 다 보면서 분석하고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람이 짜준 포트폴리오는 ELS(주가연계증권) 쏠림 현상 등이 일어나곤 했다"고 설명했다.

장 부대표는 "이와 달리 로보어드바이저는 알아서 투자처를 다양하게 배분해 준다"며 "로보어드바이저가 금융권에서 하나의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상반기 안으로 자본시장법시행령을 개정, 사람의 개입없이 로보어드바이저가 직접 자문·일임업무를 하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현재는 자문·운용업자가 로보어드바이저의 데이터 분석 결과를 활용하는 정도만 허용된다.

금융당국은 로보어드바이저가 활성화되면, 고액자산가가 아닌 일반소비자도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은행들은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연이어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내놓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1월 쿼터백투자자문과 손을 잡고 로보어드바이저 신탁상품인 '쿼터백 R-1'을 출시했다. 쿼터백 R-1은 신탁형 ETF(상장지수펀드)상품을 운용하는데, 지수형 ETF와 채권형 ETF 등을 섞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지난 두달 동안 쿼터백 R-1의 평균 수익률은 2% 수준으로 나타났다. 목표수익률은 연 4%~7%다.

KEB하나은행은 자체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사이버(Cyber) PB(프라이빗 뱅킹)'를 선보였다. 우리은행은 로보어드바이저 베타서비스를 시행, 인터넷과 모바일 뱅킹 등을 통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신한은행은 로보어드바이저 전문업체인 데이터앤애널리틱스(DNA)와 함께 4월 중 로보어드바이저 펀드 추천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한편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DB대우증권은 내달 중순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하는 일임형 ISA 상품을 업계 최초로 출시한다.

일임형은 신탁형과 달리 구체적인 자산 운용권을 해당 금융사에 맡기는 상품이다.

지금도 일부 은행과 증권사에서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랩 어카운트(일임 상품)나 신탁 상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한 계좌에 여러 금융상품을 담아 운용하면서 절세혜택을 누릴 수 있는 ISA 관련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대우증권은 성과가 검증된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투자자문사의 운용상품을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일임형 ISA에 특화된 상품을 만들어 출시할 계획이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최소 가입 비용을 500만원까지 낮춰 로보어드바이저에 관심 있는 투자자가 부담 없이 가입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우증권은 이를 위해 디셈버앤컴퍼니, 쿼터백투자자문, 밸류시스템투자자문, 써미트투자자문 등 4개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투자자문사와 업무제휴 관계를 맺었다.

전문가들은 금융 부문에서 로보어드바이저의 영역은 앞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호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금융에 관련된 모든 활동은 데이터로 생성될 수 있다"며 "사람의 지능영역이라 생각했던 부분이 컴퓨터로 실현된 좋은 예가 알파고이며,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이 활용될 첫 번째 영역이 금융이란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다만 현재 로보어드바이저의 기술 수준에 대해 말하자면, 알파고가 기보를 익혔듯 로보어드바이저도 금융과 관련한 지식을 어떻게 인코딩하고 증식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김진형 카이스트 인공지능연구실 명예교수는 "앞으로 계속 데이터를 모아서 쌓이면 로보어드바이저의 의사결정 결과가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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