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복인 사장
[이미영 기자]KT&G가 지난해 10월 백복인 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사령탑을 교체하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영진 전 KT&G 사장이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 자진사퇴한 지 3개월 만이었다. KT&G에 공채 출신이 최고지휘봉을 잡기는 백사장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백 사장 역시 최근 광고대행사로부터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결국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전임 민영진 사장의 구속에 이어 백복인 사장까지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KT&G 임직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김석우)는 배임수재, 증인도피 등 혐의로 백 사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31일 오전 10시 30분으로 연기됐다고 30일 밝혔다.

백 사장 측 변호인이 검찰에 영장실질심사 연기를 요청했고 검찰 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일정이 연기됐다.

그러나 KT&G의 사령탑 교체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 전 사장이 임기를 불과 6개월 가량 남기고 물러난 것을 두고 압력설부터 횡령설까지 온갖 뒷말이 무성했다. 후임 백 사장에 대한 수사를 놓고도 말들이 많다. KT&G 사장을 노리는 인사들이 직간접으로 개입했을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는 KT&G의 사장직 논란은 지난해 9월로 거술러 올라간다. 당시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재정경제부, 조세연구원 출신 외부인사와 KT&G 전현직 인사 등 10여명이 사장 공모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한 외부인사가 유력후보로 거론되면서 정치권 실세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무성했다. 그는 정치권의 최고 경제 실세와 같은 외국 대학 출신이었고, 실제로 정부 상층부에서 그를 밀기도 했다.

그러나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는 그를 여러 가지 이유로 부적격자로 판단하고 내부 출신인 백복인 사장을 선출했다.

이후 백사장에게는 유무형의 압력이 가해졌고 한때 백사장은 자진사퇴 의사를 비치기도 했으나 노조가 강력히 반발해 사퇴 의사를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그 뒤 백사장은 바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됐다.

이 때문에 KT&G 주변에서는 "검찰의 수사가 이뤄지는 타이밍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과 함께 “기획수사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KT&G 사외이사 선정에도 정부의 압력이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들이다. 최근 교체된 사외이사 선정 때도 권력 핵심부에서 2명을 지명하다시피 했고, 이중 한명은 이사 후보로 선출된 날 회사 본사에 찾아와 다른 한명이 “청와대의 뜻“이라고 하면서 ”지금 청와대 비서관이 회사에 와 있다. 빨리 이사회를 다시 열어 그 사람도 뽑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KT&G에서는 실제로 청와대 비서관이 회사를 찾아왔는지 확인하는 소동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KT&G의 노조 및 회사 관계자들은 “사장 교체기만 되면 기획재정부 출신들의 이름이 다수 거론된다"며 "이들이 장관급이나 청와대 비서실 등 정권 실세들을 통해 사장추천위에 각종 부담을 준다는 소문이 나돈다"고 전했다. 사장추천위원회 관계자들에게 특정인에 대한 자료가 전달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G 안팎 분위기는 말이 아니다. 20년 이상 이 회사에 근무해온 노조 관계자는 "회사 식구들이 전체적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라며 "낙하산 문제 등으로 정부를 상대로 한 집회도 많이 했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담배 사업의 특수성을 잘 아는 내부 인사가 사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고 말했다.

KT&G는 2002년 민영화 이후 외국인 투자가 53%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민연금 (7.05%) 기업은행(6.93%) 등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유야 어쨌든 이미 민영화 된 기업, 그것도 외국인 투자 비율이 절반을 넘어서는 회사의 최고경영자 선임이 정부 입김에 휘둘리고, 그 여파로 최고경영자가 검찰 수사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은 너무나 구시대적이라는 지적이 강하다. KT 이석채 전 회장과 포스코 정준양 전 회장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