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관련성 심사 '허점' 드러나

 
[김선숙 기자]지난 25일 대법원과 대검찰청 등 법조계에 소속된 고위 공직자 214명에 대한 공직자 재산등록 발표가 있었다.

이날 공개한 '재산변동사항 공개목록'에 따르면 소속 고위 공무원들의 재산은 전년도 18억9665만원보다 1억8220만원(9.6%)이 늘어난 20억1171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눈길을 끈 건 법조계 인사 중 재산이 가장 많은 공직자는 법무부 진경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검사장)으로 156억5609만원. 지난해 검사장으로 승진한 진 본부장은 2015년 재산 신고땐 변동내역 공개대상이 아니어서 사실상 이번에 처음으로 재산 내역이 비교대상으로 공개돼 1위 자리를 꿰찼다.

문제는 주식으로 거액의 재산을 모은 법무부 진경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검사장)이 지난해 공직자 재산공개 대상이 되기 전에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직무 관련성 심사를 단 한 차례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재산공개 대상 공직자에 대해서만 보유 주식과의 직무 관련성 여부를 심사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법의 허점이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진경준 본부장은 지난 2005년 매입한 게임 회사인 넥슨 주식 80만 1500주를 지난해 126억원에 매각해 지난 한해 동안만 37억 9000여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처럼 주식거래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두면서 진 본부장은 지난해 재산을 공개한 고위공직자 가운데 재산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공직자로 나타났다.

검사장으로는 이례적으로 주식거래를 통해 막대한 재산을 모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진 본부장은 어쩐 일인지 주식 매입 경위에 대해 해명하지 않으면서 의혹을 키우고 있다.

진 본부장이 액면가 500원이었던 넥슨 주식을 만약 액면가에 매입했다면 4억원을 투자해 30배가 넘는 수익을 올린 셈이어서 이른바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히 진 본부장이 주식 대박을 터뜨렸다는 데서 그치지 않고 보유 주식과의 직무관련성이 의심되는데도 그동안 제대로 된 심사 한 번 받지 않았다는 데 있다.

진 본부장은 지난 2005년 넥슨 주식 매입 전에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 파견 근무(2002년~2004년 8월)를 하고 주식 보유 기간에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2부장(2009년 9월~2010년 8월)을 지냈다.

금융정보분석원이 금융거래 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기관이고 금융조세조사부장이 기업수사를 전담하는 부서라는 점을 감안하면 직무 관련성이 의심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진 본부장은 지난해 2월 법무부 기획조정실장(검사장)으로 승진하기 전까지는 자신이 보유한 넥슨 주식과 자신의 직책과의 직무 관련성에 대해 단 한 차례도 심사받은 적이 없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이 재산공개 대상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만 보유 주식의 직무 관련성 여부를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서 심사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 본부장이 금융정보분석원 파견근무 기간과 금융조세조사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직무 관련성이 의심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재산공개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주식 보유의 적절성과 직무관련성에 대해 심사를 받지 않은 것이다.

진 본부장은 검사장으로 승진해 재산공개 대상이 된 지난해에야 자신이 보유한 넥슨 주식에 대해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했고,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결국 2005년 비상장 주식이던 넥슨 주식을 매입한 이후 10여년 동안 진 본부장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과 직무관련성에 대해 어떤 심사도 받지 않고 주식을 계속 보유할 수 있었다.

물론 현재도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재산등록 대상인 4급 이상 공직자에 대해서는 재산등록사항을 심사해 허위 등록의 경우 과태료 부과나 해임까지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돼 있다.

하지만 공직자 재산등록 심사대상 공직자가 13만여 명에 달해 심사대상 전원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못 하는데다, 심사도 허위나 누락 신고를 하지 않고 정확하게 재산등록을 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급 이상의 고위 공직자가 돼 재산공개 대상이 되기 전에는 보유한 주식과 직무관련성이 있다하더라도 주식 매각이나 백지신탁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는 셈이다.

이에 따라 재산공개 대상 고위 공직자가 되기 전에라도 자신이 보유한 주식과 직무관련성이 밀접한 직위에 있을 경우에는 직무관련성 여부를 심사해 이해충동을 회피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재산공개 대상 고위공직자와 기획재정부의 금융 관련 부서 그리고 금융위원회의 4급 이상 공무원만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의 직무관련성 심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장유식 소장은 “재산등록 대상이 되는 고위 공직자 외에도 검찰이나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공직자들은 주식 보유와 밀접한 직무관련성이 있을 경우에는 심사 대상이 되도록 심사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 직무관련성 심사를 청구한 고위공직자 972명(각하·철회 72명 포함) 중 20.1%인 181명이 직무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측은 진 검사장의 주식 매입은 직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6월 주식백지신탁위원회도 그의 주식 보유에 대해 직무 연관성이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법무부 역시 진 검사장이 공직자 윤리위원회에서 소명했을 것이라며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도 거액의 주식을 얼마에 어떤 과정으로 샀는지 진 검사장이 충분히 해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진검사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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