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 세계에서 가장 비싼 물로 불리는 '산소-18 농축수'를 국내에서도 본격 생산한다.

정부출연연구원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설립된 국내 한 연구소기업에 의해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해 오던 방사성의약품 원료인 '산소-18(O-18) 농축수'의 국내 생산이 가능하게 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5일 “제3호 연구소기업인 ㈜듀켐바이오연구소가 '산소-18 농축수' 상용화 설비를 갖추고 본격 생산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산소-18(O-18)'은 일반적인 물(H₂O)에는 0.2% 밖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안정 동위원소로 농축시켜 방사성의약품의 원료로 사용된다.

O-18은 주로 양전자 단층촬영 장치(PET-CT)에서 암을 진단하는 방사성의약품 제조에 쓰이고 최근에는 파킨슨 병이나 치매 같은 질병을 진단하는 신약에도 활용될 만큼 방사성의약품의 필수 원료다.

하지만 물을 증류해 극소량 포함돼 있는 산소-18을 농축하기 때문에 대규모 시설이 필요하고 설비를 갖추더라도 1~2년 동안 24시간 공장을 가동해야 해 미국이나 일본, 이스라엘 등 일부 국가에서만 생산되고 있다.

수요는 증가하는데 비해 생산량이 적어 그램당 5만~7만원 선에 거래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물'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자광학연구부 정도영 박사팀은 소규모의 생산설비에서 1시간 이내에 농축수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광섬유 레이저를 이용해 물에 들어있는 산소-18을 분리하는 기술이다.

이를 토대로 원자력연구원은 기술을 현물 출자하고 방사성의약품 생산 기업인 ㈜듀켐바이오이 투자하는 형태로 연구소기업인 ㈜듀켐바이오연구소를 설립하고 대전 유성구 탑립동에 생산시설을 갖췄다.

그동안 세계 여러나라에서 시도하다 실패한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기술 개발은 물론 상용화까지 성공한 것이다.

기존 생산시설 보다 규모가 작아 100㎏의 산소-18을 생산하기 위해 약 120억원의 설비 구축비가 들었던 것을 30억~40억원대로 낮춰 가격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설비 구축 후 1~2년 소요되던 생산 시간을 1시간으로 줄여 시장의 다양한 수용에 즉각 대응할 수 있게 됐다.

㈜듀켐바이오연구소는 우선 기존 사용에 사용하며 농축도가 떨어진 기존 제품을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한 뒤 올해 하반기 공장을 추가 건설해 생산량을 늘려갈 계획이다.

㈜듀켐바이오연구소 김종우 대표이사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시도했지만 실패한 기술을 국가 연구소가 개발하고 이를 바이오 의료기술과 접목, 상용화한 융합기술 사업화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며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방사성의약품 제조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된 만큼 오는 2020년까지 연간 5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목표로 국내외 시장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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