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숙 기자] 20대 총선 결과로 16년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가 재연됨에 따라 정부가 애초 계획한 대로 향후 경제정책을 추진하기가 어렵게 됐다.

관가에서는 여당인 새누리당이 예상보다 의석수를 턱없이 적게 가져가는 결과가 나오면서 정부의 정책 방향에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20대 총선에서 야당이 내세웠던 '경제 심판론'에 표심이 쏠린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전환될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총선 과정에서 여야의 경제 공약은 명확하게 대비됐다.

새누리당은 현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양적완화 등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추진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심판론을 내세웠다. 야당은 기업 활동을 지원해 경제를 활성화하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보고 국민 소득 증대와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총선 결과 야 3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서 정부·여당은 손발이 묶일 가능성이 커졌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14일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이번 총선에서 국민은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의 경제실패 책임을 준엄하게 심판했다"며 "지금이라도 '문제는 경제'였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는 투표로 심판받는 것이 당연하다"며 "이것이 총알보다 강한 투표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여당의 '한국판 양적완화' 공약은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한국은행이 산업금융채권과 주택담보대출증권(MBS)을 직접 사들여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내용의 '한국판 양적완화' 법안을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야당은 모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수단 사용도 쉽지 않게 됐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경기 부양을 위한 추경 편성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는 "대외 여건이 예상했던 것보다 악화된다면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의존해야 하거나 다른 정책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이 다수당이 된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추경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메르스와 같은 악재를 추경 편성의 이유로 내세우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의 일자리·고용 정책도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노동개혁과 서비스산업 육성 등을 추진하고 기업 활동을 활성화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일자리 창출을 통해 국민 소득도 늘어날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

반면 야당은 이번 총선에서 정부 여당과는 다른, 일자리와 국민 소득을 직접 늘리는 공약을 다수 제시했다. 청년고용할당제를 도입하고 비정규직 채용에 대한 부담을 늘리는 정책이 핵심이다. 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최저 임금 인상 계획도 밝히고 있다.

그동안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법인세 인상이 야당에 의해 추진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법인세 인상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반대해 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법인세 최고 세율을 MB정부 이전 수준인 25%까지 올린다는 공약을 내놨다. 국민의당은 법인세 인상에 대한 명확한 공약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법인세의 단계적 인상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된 것에 대해 당혹감을 드러내면서도 기존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등 경제부처 차관들은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연맹 등 경제6단체 부회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경제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최 차관은 "최근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설비투자와 R&D 투자의 돌파구를 마련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투자·고용의 주체인 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과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정책은 국민 경제의 상황을 바라보고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입장과 관계 없이 당초 기조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국민들의 하루하루의 삶을 정부가 도외시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지속가능한 경제활성화와 재도약이 중요하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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