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숙 기자]20대 총선 결과로 16년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가 재연됨에 따라 정부가 애초 계획한 대로 향후 경제정책을 추진하기가 어렵게 됐다.

관가에서는 여당인 새누리당이 예상보다 의석수를 턱없이 적게 가져가는 결과가 나오면서 정부의 정책 방향에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4일 4·13 국회의원총선거의 개표가 종료된 가운데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해 새누리당 122석, 더불어민주당 123석·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이 당선 확정됐다.

내심 과반 의석까지 노렸던 새누리당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원내 제1당 지위까지 내주며 험로를 걷게 됐다.

정부와 여당은 은산 분리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안과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을 주요 현안으로 내세워 19대 국회 내에 통과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로 인해 여당의 힘이 크게 빠졌다. 이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주식 보유 한도를 50%까지 늘리는 내용의 은산 분리 완화를 포함한 은행법 개정안이 다음달 29일 19대 국회 임기 마지막날까지 통과되지 않으면 폐기되기 때문이다.

현행 은행법 제16조를 보면 산업자본과 같은 비금융주력자는 은행이 발행한 주식 총수 중 의결권이 있는 주식 4%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은행법 개정 없이는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를 염두하고 손을 댄 카카오와 KT는 지분 4%를 보유한 단순 주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또 중금리 시장의 활성화와 금융과 ICT산업의 융합을 추진하겠다던 인터넷전문은행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어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단 20대 국회에서 제3당으로서 입지를 다진 국민의당이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긍정적인 의견을 보이는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새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과거 SK텔레콤과 롯데 등과 함께 시절 '브이뱅크'라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한 바 있다.

정부는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바꾸고 코스피, 코스닥, 파생상품 등 거래소 내의 3개 시장을 자회사로 분리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이번 국회 내에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수수료에 치우친 한국거래소의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상장 조건 완화를 위해서는 지주회사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은 예탁결제원의 완전 분리, 거래소의 본점 소재지 논란 등을 이유로 내세워 법안 통과를 반대하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는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새롭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 입장에선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여소야대 형국은 최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금융권 노사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성과주의를 둘러싼 노사 갈등은 최근 금융공기업 7곳이 산별노조를 탈퇴하고, 교섭이 불발되는 등으로 표출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맞춰 금융업계에 성과주의 도입을 과제로 삼고 추진해왔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명목으로 성과주의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노조 측에서는 이에 반발해왔다.

다수당의 지위를 획득한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은 노동자 측의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더민주는 쉬운 해고를 가능케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노동개혁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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