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가짜 백수오' 논란이 일어난 지 1년째가 됐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검찰은 논란의 중심이던 내츄럴엔도텍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홈쇼핑 업체들 역시 보상 책임을 미루면서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남았다"는 목소리다.

반복되는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소비자 상담 중 백수오 제품 상담건수는 1만9834건을 기록했다. 97건이었던 전년(2014년)보다 204.5배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4월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가 든 건강식품 논란이 불거지면서 백수오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환급 및 손해배상 문의가 급격하게 늘었다.

가짜 백수오 논란 1년이 지난 현재, 소비자들의 손해배상 요구는 진행형이다.

지난해 6월 가짜 백수오 제품을 구입한 피해자 501명은 법무법인과 함께 홈앤쇼핑·CJ오쇼핑 등 홈쇼핑사와 내츄럴엔도텍 등 제조사를 포함한 20여곳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청구금액은 '복용분에 대한 판매대금'과 위자료(1인당 50만원) 등 총 4억원대 가량이다. 오는 20일 3차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다.

피해자들은 "제조업체가 이엽우피소를 고의로 넣었으며 판매업체도 제품 원료 확인 의무를 소홀히 하는 과실을 저질렀다"며 "신체적인 피해를 떠나 먹지 않아도 될 제품을 구입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증거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조율에 따르면 제조사 내츄럴엔도텍에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검찰에 관련 문서송부촉탁신청을 했지만, 검찰은 수사 의뢰한 한국소비자원이 아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사업자에 배상을 권고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법적 강제력은 없다. 조율 측은 "현재 조정 권고에 법적 강제력이 없어 배상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들은 소비자 권리 보호를 위해 법적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 제도는 피해 구제는커녕 이런 논란의 반복을 방지하기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좌혜선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자율분쟁조정위원회 사무국장은 "소비자 피해 사건은 소액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게 특징이다. 이 때문에 현 제도하에서는 개인이 소송을 내면 손해배상금보다 소송 비용이 커져 소송을 꺼리게 된다"며 "법적 제도를 보완해 기업들의 위법 행위를 예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비자 집단소송제도가 대표적이다. 이는 소수 피해자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다수의 전체 피해자들도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해자가 고의 등 악의적 행위로 손해를 입힐 경우 피해자가 입은 실제 손해액보다 더 많은 배상을 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좌 사무국장은 "가짜 백수오 사건처럼 소비자 피해 사건이 반복되는 이유는 곧 논란이 잊히고 기업들이 물어야 할 책임도 크지 않기 때문"이라며 "법적 제도를 보완해 기업이 소비자 권리를 민감하게 여기고, 소비자 피해 구제도 수월해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홈쇼핑·제조사, 실적도 쓴맛

한편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가짜 백수오 논란에 휩싸였던 백수오 원료제조·공급 업체 내츄럴엔도텍은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지난해 영업손실이 10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매출액은 446억원으로 전년(1241억원)보다 64.1%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156억원으로 역시 적자전환했다.

2001년 설립된 내츄럴엔도텍은 천연물 신약, 건강기능식품 신소재를 연구개발·제조·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는 가짜 백수오 파동이 불거진 5월부터 3개월간 백수오 등 관련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가 재개했다.

내츄럴엔도텍 측은 "백수오 사건으로 인한 생산중단 및 파기가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최대 판매처였던 홈쇼핑 업체들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0% 안팎 감소했다.

CJ오쇼핑은 지난해 별도기준 영업이익이 1141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9.7% 감소했다. GS홈쇼핑과 현대홈쇼핑도 영업익이 1125억원, 1107억원을 기록해 각각 20.4%, 23.7% 줄었다.

인터넷·모바일 쇼핑 대중화로 인한 고객 이탈, 메르스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과 함께 지난해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인한 건강기능식품 판매 급감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GS·현대·CJ·롯데 등 국내 6개 홈쇼핑사가 2012년부터 판매한 백수오 제품의 누적 매출은 2700억원, 이 중 지난해에만 400억원어치가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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