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일본 규슈 구마모토현 연쇄 강진이 일본 주력산업을 강타하고 있다. 또다시 고조된 '지진 공포'는 일본 내수를 견인해온 관광산업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 지역의 연쇄 지진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토요타와 닛산 등 완성차업체의 규슈 지역 공장이 가동 중단 사태를 겪은 가운데 부품 조달에 문제가 장기화할 경우 차량 생산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011년 일어난 일본 동일본 대지진 때 일본 자동차업계가 크게 위축된 적도 있어 자동차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구마모토 연쇄 지진으로 도요타자동차 등 기업들이 잇따라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부품업체들의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규슈는 일본에서 상대적인 지진 안전지대로 자동차 부품 및 완성차 조립공장이 많이 모여있다. '일본 기업들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공급망을 강화해왔지만 이번 지진에도 피해갈 수 없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도요타는 오는 20~23일 자국내 모든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한다. 전체 5만대 정도의 생산 감소가 예상된다.

닛산은 규슈 지역 공장 2 곳에 대해 가동을 중단했다가 18일 재개했다. 혼다는 구마모토에 위치한 연산 25만대 규모의 이륜차 조립라인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토요타 규슈 공장에서는 렉서스 브랜드 주요 차량과 토요타 프리우스를, 닛산 규슈 공장에서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자동차(SUV) 쥬크와 로그, 스포츠카 370Z 등을 생산해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수출한다. 미국에 수출되는 닛산 로그는 당장 선적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공장이 지진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구마모토현에 위치한 다수의 자동차 부품 공장이 완전히 멈춰 섰다는 게 문제다. 자동차 부품의 경우 개발 단계부터 특정 업체와 협력을 하기 때문에 한 곳에서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대체가 쉽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당장 자동차용 변속기 업체인 아이신 세이키와 자동차용 반도체 업체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의 구마모토 공장이 멈춰섰다. 이들은 토요타를 비롯한 일본 주요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GM 등에도 부품을 납품한다.

이에 따라 일본 미쓰비시UFJ는 토요타가 이번 지진으로 올해 4∼6월 6만3500대 생산 차질을 빚어 영업이익에서 300억 엔(약 3174억원)의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토요타는 2008년부터 세계 최다 자동차 판매 업체 자리에 올랐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판매가 6% 감소하면서 GM에 1위 자리를 내준 과거가 있다.

이에 대해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동일본 대지진 때는 일본내 완성차 생산시설 자체가 직접적인 피해를 겪었지만 이번에는 일부 공급 체인에 문제가 생긴 것이어서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며 "한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 판매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량의 생산 차질로도 자동차 업계 판도는 변할 수 있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은 1위 토요타가 1015만대, 2위 폭스바겐이 993만대로, 차이가 웬만한 공장 1 곳의 연간 생산 능력보다 적은 수준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802만대를 팔아 5위를 유지했는데, 일본 메이커들이 생산 차질에 따른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예상 외로 피해가 커지자 일본 정부는 추경 편성도 조기 수습에 나서고 있다. 이날 아베 총리는 지진의 복구 비용 등을 포함한 2016년도 추경예산 편성에 대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가능한 최소화하도록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박영호 미래에셋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2011년 동북대지진 때와 같은 장기 생산차질과 일본내 광범위한 피해가 재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도 "도로와 철도 등 운송수단의 피해가 적지 않고, 지진 지역에 해외수출기지를 포함해 주요 완성차, 부품생산 체계가 위치해 있어 부정적 영향이 현재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