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 북한이 지난 23일 함경남도 신포 동북방 동해상에서 실시한 SLBM 시험발사가 지난해 12월 실시된 시험발사에 비해 기술적으로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당초 군과 정부가 예상했던 것 보다 SLBM의 실전배치가 더 빨리 진행될 수 있다. 군은 3~4년 정도 걸릴 것으로 봤지만 이르면 1~2년내에 신포급 잠수함에 장착돼 한반도를 위협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북한이 최근 군사분계선(MDL) 이북지역에 신형 122㎜ 방사포 300여문을 추가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형방사포의 최대 사거리는 40여㎞로 수도권을 타격할 수 있다.

하지만 5차 핵실험 준비를 모두 마쳤다는 북한이 정착 핵실험 ‘스위치’를 누르지 않고 위협 수위만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북한이 다음달 제7차 노동당 대회에 앞서 추가 핵실험 강행 여부를 놓고 전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현지지도 아래 전날(23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수중시험 발사를 실시했다고 24일 보도했다. 미국 전략사령부는 “SLBM 수중 발사를 포착해 미사일 궤적을 추적했다. 미국 본토에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고 CNN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우리 군 당국 또한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주말 5차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일단 SLBM 발사로 마무리된 셈이다.

한·미 정보당국과 북한전문매체들은 이달 초부터 북한이 추가 핵실험 준비를 마친 것으로 파악했지만 북한은 ‘변죽’만 울리고 있다. 대신 이수용 북한 외무상을 미국 뉴욕에 보내 막판 외교전에 나섰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뭔가 대화의 계기를 만들려 하는 것 같다”며 “유엔 회원국이 북한의 외교적 고립에 관여하는 것을 완화시키기 위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도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은 시대까지만 해도 ‘벼랑 끝 전술’이란 평가를 많이 했는데, 가만 보면 북한이 벼랑 밑으로 내려간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고립되는 외교지형도 속에 체제 유지에 어려움을 맞닥뜨리자 버티기 작전에 돌입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강화되면서 가뜩이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 그런데도 예산이 적잖이 소요되는 미사일 발사에 집착하는 이유가 뭘까. 내부적으론 체제 결속을 꾀하면서 대외적으로는 무력 시위를 통해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란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여기에는 자신들의 기술 발전을 국제적으로 인정 받기 위한 공개 시위 성격이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이미 지난 1월 4차 핵실험을 실시하면서 ‘수소탄 시험 완전 성공’을 선언했다. 또 다시 핵실험을 할 ‘명분’이 없다. 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각오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대북 제재 국면에 대한 심리적·경제적 충격을 빗댄 것이다. 추가 핵실험으로 중·러까지 대북 압박에 동참한다면 당 대회 차질은 물론 경제 위기도 더욱 악화될 게 뻔하다.

따라서 당 대회를 2주일 남짓 앞두고 북한의 대외관계 개선 모멘텀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해 9월 이산가족 상봉 행사 후 남북관계 개선을 기대했다가 당국회담 결렬 후 4차 핵실험 ‘뒤통수’를 맞은 전례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북한 관영매체는 24일 전날 있었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수중시험발사 성공 소식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동안 기술력에 의문이 제기됐던 '콜드 런치(Cold Launch)' 등도 사진으로 증명해 보였다.

관영매체는 콜드 런치 기술뿐 아니라 대출력고체발동기, 수직비행체제, 발사체 및 탄두 분리, 기폭장치 동작 정확성 등을 검증했다고 주장하며 향후 사거리 부분만 보완하면 실전에 배치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음을 내비쳤다.

북한의 이러한 선전전은 궁극적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수단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해 미국 등 주변국과의 대화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북한 리수용 외무상이 최근 미국 뉴욕 방문을 계기로 진행한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한국과의 연례 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고, 북한에 적대적 정책을 취소하면 핵 실험을 중단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도 미국을 압박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핵무기 운반수단을 과시하면서 미국을 압박, 선택권을 넘기는 것"이라며 "북한은 협상 국면을 염두에 두면서 핵 능력을 과시하는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실패'는 감추고 '성공'은 키우고

북한은 지난 1월 제4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북한은 다양한 방식으로 핵 능력 고도화를 과시했다. 우선 방송을 통해 '중대발표' 등의 형식으로 핵실험, 장거리 탄도미사일 '광명성 4호' 발사 성공 소식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뒤이어 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각종 관영·선전매체 및 방송 등을 통해 글, 사진, 기록영화 등의 형태로 북한 주민들에게 '최고 존엄'의 지도력을 부각시켰다. 이밖에도 청와대를 목표물로 설정한 장거리 포병대의 화력 타격훈련 사진을 수십장씩 공개하며 적대 세력에 맞설 힘이 충분하다는 점을 과시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편으로 북한은 '실패'한 실험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했다.

북한은 지난 15일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을 맞아 동해안 지역에서 무수단급(사거리 3000~4000㎞)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를 시도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 당국은 발사 직후 폭발했거나 상승 단계에서 공중 폭발했을 가능성, 로켓 추진체가 점화됐으나 제대로 떠오르지 못했을 가능성 등을 다양하게 염두에 두고 분석 중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또한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긴 했음에도 이를 규탄하는 언론 성명을 채택해 "엄중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정작 북한 관영매체들은 태양절 새벽에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시도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8일 동해상으로 발사한 노동 계열의 탄도미사일 2발 중 1발이 공중 폭발하자 관련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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