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숙 기자]산업은행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28일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도 불사할 것"이라며 "산은은 두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손실을 모두 떠 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두 회사가 용선료 협상과 각종 자구계획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것들이 잘 안돼도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부실을 모두 흡수할 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지난해 부진했던 실적은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은 물론 현대상선의 부실까지 포함한 것"이라며 "여기에 한진해운의 부실이 추가로 나더라도 이익 낸 것으로 커버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용선료 등의 협상이 제대로 안되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모두 법정관리도 불사하겠다'는 이같은 산업은행의 강경한 메시지는 경영진과 사채권자들에게 던지는 사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산은은 그동안 구조조정은 용선료 인하 협상과 사채권자 채무조정 이후의 문제라는 견해를 보여왔다. 하지만 28일에는 돌연 이를 바꿔 법정관리도 불사하겠다는 초강경 모드로 전환한 것이다.

이는 한진해운 경영진에게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진해운은 최근 4000억원대의 자구계획안을 포함해 자율협약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산은은 '구체성이 미흡하다'며 보완을 요구했다.

표면적으로는 용선료 인하 폭이 빠졌기 때문이라지만 금융권에서는 오너 사재 출연 등 경영에 대한 책임을 다하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산은의 메시지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사채권자에게도 향한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은 자구계획안이 마련되고 현대상선의 용선료 할인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경우 두 회사 모두 사채권자의 채무조정에 돌입해야 한다.

모든 채무자의 공정한 고통 분담이 있어야 구조조정이 시작될 수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사채권자 여신이 많아 채무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신규 자금을 투입해도 그 재원이 구조조정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사채권자의 채무를 보호하는데 쓰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사채권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적극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채권자 관계자는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출자전환이 단행되고 결국 감자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주가마저 회복을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반발했다.

산은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부채규모가 4조8000억원 수준"이라며 "현대증권 매각이나 오너가 출연한 사재 등은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용도로만 사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 정상화를 위해 모든 이해관계자와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며 "현대상선이나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넘어갈 경우 투자자들은 투자금의 20~30%밖에 회수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은 금융당국의 생각과 일치하는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용선료 협상이 잘못된다면 채권단이 가질 수 있는 옵션은 현실적으로 법정관리 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산은은 지난해 1조9000억원의 당기손실을 기록했다.

산은의 주요 부실기업에 대한 여신 중 한진해운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적다. 여신 규모는 ▲한진해운 7000억원 ▲현대상선 1조2000억원 ▲STX조선해양 1조9000억원 ▲대우조선해양 4조원 등이다.

금융권은 산은이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은 한진해운 오너의 사재출연 등 자구계획안의 확실한 보완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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