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눈 가리고 아옹 한다고 대중들이 믿어줄까. 한 십여 년 전이라면 모를까 SNS가 대중화된 요즘, 국민 모두가 기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주운전 사고를 낸 게 아니라던 이창명의 주장은 결국 거짓이었다. 이창명이 음주운전을 하고 사고현장을 방치, 도주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 등)로 불구속 입건됐다.

서울 영등포 경찰서 관계자는 29일 "이창명 사건은 내주, 늦어도 5월 둘째 주까지는 검찰에 송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명은 지난 20일 오후 6시 30분부터 약 4시간 동안 지인 5명과 서울 여의도 음식점에서 식사와 함께 중국 소주(41도) 6병·화요 6병·생맥주 500㎖ 9잔을 마신 것으로 드러났다. 이창명은 중국 소주 1병과 맥주 1잔을 마셨다고 보고 공식에 따라 계산한 결과 이씨의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인 0.16%로 추정됐다.

술자리에 동석했던 지인들은 경찰 조사에서 "이창명은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근 CCTV를 분석한 결과 이창명이 중앙선을 침범하고 신호를 위반하는 등 음주를 뒷받침할만한 정황이 있었다.

사고 20여 분 후인 오후 11시 49분쯤 이창명씨는 사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전화를 받았지만 “나는 모르는 차량”이라며 발뺌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튿날 오전 12시 5분쯤 출동 경찰관이 이창명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자, 그는 “후배가 운전한 것 같다”고 둘러댔다. 이후 전 매니저에게 사고 수습을 부탁한 뒤 휴대전화 전원을 꺼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창명씨는 끝까지 “음주는 하지 않았다”고 음주운전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런데 당시 이창명의 주장에 대해 대중은 믿기 어렵다며 고개를 저었다. 정황과 해명 사이, 여러 빈틈이 드러났고 기본적으로 상식을 벗어난 처사라는 쪽으로 무게가 실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떳떳함을 주장했던 이창명,

아니나 다를까 그의 거짓말은 불과 열흘을 넘기지 못했다.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사고 당일 이창명이 지인 5명과 여의도 중식당에서 오랜 시간 머물며 술을 마신 정황, 자리를 파하고 대리운전 기사를 호출했다가 취소한 사실, CCTV에 찍힌 난폭운전 모습 등을 근거로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창명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6%로 추정된다.

처음부터 미심쩍긴 했지만 이렇게 이창명의 거짓이 객관적인 조사 결과로 드러나자 대중은 충격에 빠졌다. 매주 일요일 아침 방송되는 KBS 2TV '출발드림팀'에서 열정 넘치는 MC로 활약, 남녀노소에게 친근한 사람 아닌가. 평소 사고뭉치도 아니었건만, 이해불가한 처사로 제 발목을 잡은 그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음주운전은 절대 아니'라던 그의 말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90% 이상으로 밝혀져, 무엇보다 도덕적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서 많은 이들은 과거 클릭비 김상혁, 컨츄리 꼬꼬 출신 신정환의 흑역사를 연관 짓고 있다. 김상혁은 클릭비로 잘나가던 시절,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고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안했다"는 희대의 해명발언으로 대중을 황당케 했다. 이후 수차례 사과 반성에도 용서받지 못한 김상혁은 결국 10년의 세월을 움츠리고 살아야 했다.

신정환은 또 어떤가. 이미 지난 2005년 도박혐의로 한차례 입건됐던 그는 2010년 해외원정도박을 하며 방송을 펑크내기까지 했다. 이에 여론이 악화되자 그는 필리핀에서 뎅기열이란 병에 걸려 입원을 했다며 병상 인증샷을 공개했다. 그러나 알고보니 이 모든 것이 신정환의 자작극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대중이 경악했다. 이후 긴 세월이 흘러왔지만 신정환에겐 뗄 수 없는 꼬리표로 남아 있다.

이창명은 좀 더 신중해야 했다. 경찰 조사 결과대로 대리기사까지 불렀다면, 애초 자제력이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어떻게든 대리운전에 의지해야 했다. 그랬다면 그날의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고 당연히 거짓 가득한 해명을 늘어놓을 일도 없었을 테다. 갓 데뷔한 신인도 아니고, 1992년 KBS 대학개그제로 연예계에 입문한잔뼈 굵은 중견. 왜 이토록 경솔하게, 얄팍한 처사로 제 발목을 잡는 우를 범했을까.

사실 연예계에서 가끔 터져 나오는 사건들을 들여다보다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어찌 보면 상식적으로 너무나 쉽게 답이 나와 있는 것들인데, 마치 대중들은 잘 모를 것이라는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보이기 때문이다.

도무지 사실이 아닌 이야기들을 꺼내놓으며 그것이 먹힐 거라 여기는 건 너무나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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