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차기 서울대병원장 인사가 임박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주치의를 지낸 서창석 산부인과 교수가 사실상 낙점됐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그러나 4·13 총선 이후 동력이 크게 떨어진 청와대가 여론 향배를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차기 서울대병원장 후보가 오병희 현 원장(순환기내과)과 대통령 주치의 출신 서창석 교수(산부인과)로 압축된 상태.

서울대병원장은 이사회가 후보 2명을 선정해 명단을 교육부로 보내면, 교육부 장관이 1명을 제청해 청와대가 지명하는 방식으로 선임된다.

현 원장인 오병희 순환기내과 교수의 임기가 이제 20여일 밖에 남지 않았고, 신임 서울대병원장 임기는 5월31일부터 3년이다.

서울대병원 이사회는 지난달 12일 연임에 도전한 오병희 순환기내과 교수와, 이번에 첫 도전하는 서 교수를 교육부 장관에게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후보 선정을 위한 투표에서 서울대병원 이사회 총 9명 가운데 오 원장을 제외한 8명의 절반 이상이 서 교수에게 투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사회가 후보를 추천한 지도 한달이 다 돼가지만 교육부나 청와대는 최종 선임을 미루는 분위기다. '낙하산' 논란에 따른 부담감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서 교수는 산부인과 전문의로 분당서울대병원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그는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과장으로 승진한 뒤 지난 2014년 9월부터 청와대 주치의를 역임했다.

서 교수는 1961년생으로 현 원장인 오 교수보다 8살이 적은 데다 병원장 경험이 없다.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병원 조직문화에도 불구하고 서 교수는 지난 2월말 청와대 주치의를 돌연 사임한 뒤 서울대병원장 출마를 선언했다.

서 교수의 사임이 갑작스러웠던 탓인지 박근혜 대통령은 이후 핵안보정상회의 등 해외순방 일정을 주치의 공석 상태에서 다녔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이란 순방 때도 주치의 없이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병원장 선임과 관련해 인수인계 등 일정을 감안하면 다음주 내에는 인사가 마무리돼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에서 상대적으로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서 교수가 이미 내정됐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병원 안팎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청와대가 최종 검토를 지체하고 있거나 여론 추이를 보며 발표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이 뜻밖에 참패한 4·13 총선을 계기로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의 자신감과 국정 장악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황이다. 게다가 총선 이후 한국전력공사 감사에 이성한 전 경찰청장과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을 선임했다가 언론과 여론의 거센 지탄을 받기도 했다.

야당 기류도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김구철 아리랑TV미디어 상임고문의 사장 내정설 등을 들면서 공공기관 및 공기업 낙하산 인사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자신의 주치의 출신을 서울대병원장으로 임명하는 데 따른 후폭풍이 야기될 것을 우려해 청와대 측에서 최종 결정을 늦추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 서 교수의 경험과 전문성 측면을 감안할 때 다른 낙하산 인사와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무리라고 할 수 있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이미 서울대병원 노조는 서 교수가 서울대병원 본원 교수가 아니었다는 점과 최근까지 대통령 주치의를 했다는 점을 들어 "서 교수가 원장으로 임명된다면 사실상 청와대 낙하산 인사"라며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한 바 있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지난 12일 입장발표에서 "청와대가 병원장을 내리꽂는 비민주적인 방식으로는 서울대병원을 국민의 병원으로 만들 수 없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조차 '납득하기 힘들다'고 할 정도다"라며 "공공의료를 실현해야 할 서울대병원장 선출은 병원 모든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선후배 위계가 강한 서울대병원의 조직 문화도 서 교수 임명의 걸림돌로 꼽힌다.

서울대병원 주요 관계자는 "서 교수가 본원 경험이 부족해 업무를 총괄하기에는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 내부 사회 상당수의 견해"라며 "연공서열 문화와 이해로 얽힌 조직에서 나이 어린 원장이 이끌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노조 관계자는 "원장 후보로 오른 것 자체부터 대통령 주치의라는 배경이 아니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내부의 목소리"라며 "지금까지 분당 병원 출신이 병원장이 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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