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고발에도 검찰 4년 동안 묵묵부답

▲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롯데마트 서울역점 앞에서 전국 주요 대형마트에서의 옥시제품 판매 즉각 철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미영 기자]옥시 등이 가습기살균제 원료의 유해성을 알고 판매해 온 사실이 이미 4년 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드러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2년 8월 밝힌 ‘옥시레킷벤키저의 부당한 표시행위’에 대한 의결서에 따르면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에 쓰인 원료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유해물질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정위 조사 때 옥시는 PHMG를 먹거나 흡입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담긴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옥시 등 살균제 제조· 판매업체들이 원료의 유독성을 알면서도 이를 방조했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었음에도 검찰이 방치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정위도 검찰 고발 이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정위는 2012년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들어있는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하면서 제품 용기에 안전하다고 허위 표시한 옥시 등 4개 제조·판매업체가 시정명령과 검찰 고발을 했다.

이들 업체는 제품에 폐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인체 유해 성분인 PHMG, PGH를 함유하고 있음에도 용기에 '인체에 무해하다'는 내용의 표시광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공정위는 이들 업체가 원료 공급자로부터 PHMG를 먹거나 흡입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적힌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받은 것을 확인했다. MDSS는 화학 물질을 거래할 때 첨부하는 자료다.

이를 근거로 옥시 등 살균제 제조업체들은 원료의 유해성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이는 신현우 전 옥시 대표이사가 가습기 살균제의 인체 유해 여부를 사전에 몰랐다고 밝힌 것과는 상반되는 내용이다.

옥시는 최근 압수수색에 대비해 지난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1년치의 MSDS를 폐기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검찰도 공정위의 조사 자료 등을 근거로 제품 출시 전에 인체에 악영향이 있을 가능성을 예견하고서도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검찰은 당시 사건 관련 자료를 추가로 받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검찰이 공정위의 고발에도 불구하고 4년이 지나서야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해 피해를 키웠다는 점이다. 검찰은 옥시가 공정위의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 대법원에서 패소 될 때까지 진상 규명에 나서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2013년 2월 '정부의 피해조사 결과가 나와야 수사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에 대해 시한부 기소중지 결정을 내렸다. 2014년에 정부가 폐 손상 의심 사례 공식 조사 결과를 발표한 후에도 검찰은 수사를 재개하지 않았다.

검찰 고발 이후 사실상 이를 방치한 공정위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당시 공정위의 검찰 고발 결정 직후, 녹색소비자연대 등 소비자단체들은 성명을 내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와 정부는 즉각 소비자에게 사죄하고 피해자 배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가족 측은 "사람 죽이는 가습기 살균제를 팔아 놓고 '인체에 무해하다'라는 광고에만 과징금을 문 것은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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