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습기살균제 참사 '김앤장' 규탄 기자회견
[김홍배 기자]가습기살균제 사망사고와 관련, 시민단체가 제조사 측과 정부 등 책임자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실험 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김앤장에 책임을 묻는 한편 윤성규 환경부 장관 해임을 촉구하는 1인 시위도 이어가고 있다. 각계각층에선 옥시 불매운동에 속속 동참하고 나섰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등의 시민단체는 17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에서 옥시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김앤장의 가습기 살균제 독성실험 개입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김앤장이 옥시에 유리한 독성검사가 나오도록 조사에 가담했다”며 진실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최예용 환경시민센터 소장은 “김앤장이 서울대와 호서대 교수의 유해성 연구 보고서 조작에 깊숙이 개입했을 것”이라며 “옥시와 김앤장은 처음부터 몇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 피해자들을 우롱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앤장은 옥시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조작된 보고서를 제출해 재판에서 승리했다”며 “이들은 피해자들이 ‘쌍방과실 교통사고’ 수준에서 합의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의 강찬호 대표는 “다국적기업 옥시는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을 고용해 처음부터 재판을 유리하게 끌고 갔다”라며 “김앤장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피해 원인이 ‘황사와 미세먼지’라고 결론 지어 옥시를 대변했다”고 했다.

또 “가습기를 틀면 먼지가 안 날린다. 그런데 황사니 미세먼지니 하는 어찌 그런 상식적이지 않은 말로 변론을 하느냐”며 “결국 법의 정의를 외치는 변호사들도 거대기업의 자본 앞에서는 인간의 양심마저 팔아먹는 악마가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김앤장이 연구결과를 민사재판 법정에 제출하면서 가습기살균제 독성 여부를 과학적 논쟁거리로 만들었고 피해자와 옥시 측이 합의하도록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구속된 조모(56) 서울대 교수가 "김앤장이 생식독성 실험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 동석했기 때문에 제품 독성 여부를 알고 있었다"고 밝힌 점과, 메일 등을 통해 서울대 연구팀에 수차례 연락해 연구 내용과 방향을 주문했다는 점 등을 의혹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김앤장이 직접 진실을 밝히거나 검찰, 변호사협회 등에서 진상조사를 통해 법적 의무 위반이나 변호사윤리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따져 책임을 물어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기자회견을 열어 "사업장에서도 옥시제품을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정미화 민주노총 홈플러스 노조 서울본부장은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알려진 이후에도 대형마트에선 옥시제품 대규모 판촉행사를 열었다"며 "소비자 건강을 해치는 옥시제품을 더이상 판매하지 말자"고 호소했다.

가습기살균제 사고를 계기로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한국환경회의는 이날 오전 11시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습기살균제 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라"고 요구했다.

단체는 "2013년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지만, 이 법으론 국민을 화학물질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화학물질 사고를 낸 기업이 처벌받고 피해자가 제대로 보상받는 등 화학물질에 엄격한 사회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낮 12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외국인 시민활동가 앤드류씨가 윤 장관의 해임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피모는 지난 16일부터 매일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단체는 지난 16일 옥시 집중불매운동을 5월 말까지 연장하며 대형유통업체에 불매 약속이행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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