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부부의날은 5월 21일으로,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지난 1995년부터 민간단체인 '부부의 날 위원회'가 ‘건강한 부부와 행복한 가정은 밝고 희망찬 사회를 만드는 디딤돌’이라는 표어를 내걸고 행사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이제 일반화된 다문화 가정의 경우는 어떨까

"베트남에서 시집을 왔어요. 남편(52)은 나를 아내로 여기지 않고 일꾼으로만 생각해요. 평소 심하다 싶을 정도로 일을 시키구요. 아파서 병원에 다녀온 날도 일을 하지 않았다며 때렸습니다. 얼마 전에도 심하게 폭행을 당해 도망 나왔는데 여권과 비자를 모두 남편이 갖고 있어요. 어디로 갈 수도, 갈 곳도 없고 정말 이혼하고 싶어요." - 베트남 이주 여성 온다르마(31)씨

"몽골에서 시집온 아내(36)의 행방을 알 수가 없습니다. 아내는 혼인신고 후 단체로 다른 몽골 국적의 여성들과 입국했어요. 공항에서 잠시 어디 좀 다녀오겠다고 한 뒤 그대로 연락을 끊었어요. 백방으로 수소문해 봤지만 못 찾고 있습니다. 이혼을 하든가 결혼을 무르고 싶은데 그러자면 소송을 제기해야 하고 적잖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고 하니 난감하기만 합니다." - 몽골 출신 아내를 찾고 있는 박모(50)씨

한국의 결혼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고 이혼율 증가 또한 장기화 되면서 부부갈등, 가정불화가 위험 수위에 이른지 이미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결혼해 살고있는 다문화가정 부부의 갈등이 일반 부부들보다 더욱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사회가 다문화사회로 진입했다고는 하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사회의 가정내 문화가 외국인에게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따르면 2014년 다문화가정 이혼상담통계 결과 아내가 외국인인 747쌍의 다문화가정 가운데 34.7%인 259쌍의 부부가 별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아내와 살고 있는 한국인 남편 10명 중 3~4명은 원만한 부부생활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별거기간은 전체 259쌍 가운데 결혼기간이 5년 미만인 신혼부부가 103쌍에 달했고 결혼기간이 5년 이상인 부부(156쌍)인 경우라도 별거기간이 5년 이상인 경우(70쌍)가 44.8%로 절반에 육박했다.

다문화가정의 부부 갈등은 결혼 전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다문화가정의 부부갈등 요인을 살펴보면 다문화가정은 한국인들끼리 혼인한 일반 가정보다 결혼 전부터 갈등요인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가정이 황혼기인 60대 후반에 부부 갈등을 가장 많이 겪는 것과 차이가 났다.

나이 든 남편과 어린 신부의 세대차가 대표적이다. 일반가정은 남편이 한 두살 연상인 경우가 많았지만 다문화가정은 남편이 17~30살 연상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부부간 나이 차가 커 대화에 어려움을 느끼고, 이는 결국 부부간의 갈등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교육수준 차이도 갈등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일반가정은 최종학력이 초등학교 졸업 이하인 비율이 남편과 아내가 각각 7.4%, 7.6%로 비슷했지만 다문화가정의 경우 남편이 10%, 외국인 아내가 5.1%로 2배 정도 차이를 보였다. 일반가정과 비교하면 다문화가정의 경우 남편의 교육수준이 외국인 아내에 비해 낮다는 얘기다.

이혼 상담을 하는 부부를 기준으로 고정 수입이 없는 일반가정은 남편이 58.9%, 아내가 76.5%였으나 다문화가정은 한국인 남편은 64.5%, 외국인 아내는 92.4%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재산이 없는 경우도 일반가정보다 높아 경제적 빈곤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 일반가정은 재혼율이 15.5%였지만 다문화가정은 38.7%로 2.5배 가량 높은 차이를 보였다. 이 경우 전혼 자녀의 양육권 관련 문제가 부부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원만한 부부생활에 일부 영향을 끼쳤다.

이런 차이점은 부부간의 심각한 갈등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인 남편들의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됐다. 외국인 아내와 결혼한 한국인 남편들은 아내를 성적인 대상이나 부모 병수발, 농촌 일손 등에 동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한국인 남편은 아내의 가출, 외국인 아내는 남편의 폭력을 가장 많이 호소했다.

남편이 상담을 요청한 경우 '아내의 가출'이 119명(31.2%)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아내가 상담을 요청한 사례 중 이유가 밝혀진 경우에는 남편이나 시댁 식구로부터 폭행 등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가 105명(28.7%)으로 가장 많았다. 남편의 폭력이 외국인 아내의 가출을 유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혼문제로 상담을 신청한 외국인 아내의 국적은 중국이 465명(62.3%)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는 베트남 97명(13.0%), 필리핀 74명(9.9%), 몽골 5명(3.7%), 일본 12명(1.6%), 미국 11명(1.5%), 네팔 9명(1.2%), 캄보디아 8명(1.1%) 등의 순이었다.

박소현 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2부장은 "외국인 아내의 가출이 늘면서 남편의 폭력이 줄어든 결과를 봤을 때 아내가 집을 집을 나가는 것은 남편의 폭력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볼 수 있다"며 "우리사회의 가정 내 문제가 다문화가정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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