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역 묻지마 살인 피의자
[김홍배 기자]서울 강남역 인근 주점 건물 화장실 살인사건을수사 중인 경찰이 이번 사건을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범죄’라고 결론 내렸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피의자 김모(34·구속)씨를 19일과 20일두 차례 심리면담해 종합 분석한 결과 전형적인 피해망상 조현병(정신분열증)에 의한 묻지마 범죄 유형에 부합했다고 22일 밝혔다.

김씨는 2003∼2007년 “누군가 나를 욕하는 것이 들린다”고 자주 호소하며 피해망상 증세를 보였다. 이 증세는 2년 전 김씨가 특정 집단에서 소속되면서 ‘여성들이 자신을 견제하고 괴롭힌다’는 피해망상으로 변화됐다.

그러나 처음 보는 20대 여성을 칼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김모(34)씨는 이상 행동을 보인 초반부터 여성에 대해 반감을 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날 서울경찰청(서울청) 과학수사계 행동과학팀 관계자에 따르면 “김씨가 이상해진 건 청소년기 때다”며 말을 시작했다.

김씨는 외아들로 가족과 거의 단절된 생활을 하며 자란 김씨는 청소년기부터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는 등 기이한 행동을 했고 또래집단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김씨의 이상증세는 스무 살이 갓 넘은 2003년부터 '누군가'를 대상으로 한 피해망상 형태를 띄기 시작했다.

김씨와 심리면담을 한 서울청 이상경(프로파일러) 경사는 "그(여성에 대한 반감을 가지기) 전에는 피해망상 증상이 막연하게 있었던 것 같다"며 "김씨 어머니 진술에 따르면 누군가 자기 욕을 하는 게 들린다거나 다른 집 대문을 부숴 놓는다던가 하는 이상 행동을 보였다"고 말했다.

증오 대상의 범위는 2년 전부터 '여성'으로 좁혀졌다.

이 경사는 "김씨가 (2년 전부터) 여성들이 확실히 자신에게 피해를 줬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해의 주체나 내용은 명확한 부분이 없고 막연하기만 하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성에게 피해를 당했다고 생각한 이후) 여자가 나에게 담배 꽁초를 던졌다" "지하철에서 여성들이 내 어깨를 치고 지나갔다" "여자들이 내 앞에서 천천히 걸어서 나를 지각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뇌리는 온통 '여성으로 인한 피해'로 가득찼던 것이다.

피해망상 질환자는 상대방의 사소한 몸짓 등 자신과 관계없는 자극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나아가 정부·성별·인종 같은 특정대상을 향해 반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왜 여성이 됐는지는 경찰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20대 초반에 다니던 한 교회의 교리교육 코스를 2년 전에 재입학했고, 여기서 여자들이 유독 자신을 견제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의 주장에 불과하다.

이 경사는 "교회 교육 코스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진술을 하지 않고 있다"며 "김씨는 자신만의 느낌에서 기인한 것도 확고하게 신념화해서 믿는다. 다른 망상 환자들과 매우 유사한 패턴이다. 근거가 없지만 '내가 볼 때 그렇기 때문에 확실하다'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을 향한 김씨의 육체적 공격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버지와는 거의 소통이 없었고 그나마 있었던 어머니에 대해서는 욕설 등 언어적 공격성을 보인 적이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5일 서빙 업무를 하던 식당에서 위생이 불결하다는 지적을 받고 7일부터 식당 주방보조로 옮겼고, 이 역시 여성의 음해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판단에 여성으로 인한 '직업적 피해'까지 당하자 급기야 반감은 '살의(殺意)'가 됐다.

이와 관련해 이 경사는 "김씨가 면담에서 '더 이상 이렇게 있다가는 내가 죽을 거 같다' '먼저 내가 죽여야겠다' '나도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등의 진술을 했다"고 말했다.

이런 김씨는 스스로는 여성 혐오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경사는 "정작 김씨는 조사에서 '일반 여성들에 대한 반감은 전혀 없다.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적도 있다. 나는 여성에게서 실제적인 피해를 당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또 인터넷 상 여성혐오에 대해서는 “어린 사람들의 치기 어린 행동인 것 같고, 나는 그런 이들과 다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지난 17일 오전 1시25분께 서울 서초구의 한 노래방 화장실에서 A(23·여)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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