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정관리행 결정한 STX조선해양 채권단
[김선숙 기자]수조원의 자금을 지원받고도 경영 개선에 실패한 STX조선해양이 결국 법정관리(법원에 의한 기업 회생절차) 수순을 밟는다. 회생을 위해 채권단인 국책은행들이 4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STX중공업 등 관계사를 비롯해 국내 은행의 손실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STX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5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수출입은행, 농협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이 참석한 채권단 실무자회의를 열고 "STX조선해양은 5월 말 부도가 예상된다"며 "회생절차 신청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STX조선은 현재 수주한 선박을 정상적으로 건조해 인도금을 받더라도 7000억~1조2000억원 가량의 자금이 여전히 부족하다. 지난해 말부터는 신규 수주가 아예 없어 부족한 자금의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STX조선은 2001년 법정관리 대상이던 대동조선을 인수해 2008년 9월 수주잔량 기준으로 세계 4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수주가 급감했지만 STX조선은 오히려 투자를 늘리면서 생산성이 더 하락하고 비용은 급증했다.

결국 재무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2013년 4월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에 돌입했다. 그 후 채권단은 기존 채무 4조 원의 상환을 유예해주는 한편으로 4조5000억 원을 새로 지원했다.

문제는 이러한 악순환에 과연 누가 책임을 지느냐다.

신규로 4조 5천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지원받고도 25일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 수순에 돌입하면서, 3년 넘게 이어진 구조조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STX의 부실 규모를 키워 채권단 손실이 커진데는 정치논리의 득세와 함께 국책은행의 도적적 해이가 원인이었다.

조선업종의 구조적 불황으로 생존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 규모가 크고, 부실에 따른 사회적 파장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기업의 경쟁력이나 지속가능성 등을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정치논리에 압도돼 경제논리는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다.

채권은행과 부실기업이 합의하는 방식인 자율협약을 채택한 것도 패착이었다. 자율협약은 법적 근거가 없어 투명성과 책임을 담보하기 어렵고 그 결과 기업회생이 의문시되는 상황에서도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쏟아부은 것이다.

회생에 실패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 채권은행은 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결국 사회적 파장과 복잡한 이해관계를 회피할 목적으로 자율협약을 추진하고, 관리 책임이 있는 국책은행은 법적 근거가 없어 감시망이 작동하지 않는 틈을 타 시간만 끌다가 결국 구조조정은 실패하고 부실만 더 키운 셈이다.

이에 따라 4조원이 넘는 손실을 초래한 국책은행 등 채권단과 이를 관리·감독한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방만한 경영으로 회사를 위기에 몰아넣은 경영진부터 상황을 냉정하게 진단하지 못한 채권금융기관과 이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압력을 가해 지원을 거듭하게 만든 정부와 정치권까지, STX조선의 사례는 지금 화두로 떠오른 국내 취약업종 구조조정 문제의 축소판이라는 시각이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