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첫 국내 리사이틀
[김승혜 기자]'차세대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29)의 20대는 누구보다 치열했다. 2009년 콩쿠르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그녀는 이탈리아 파가니니 국제콩쿠르 1위 없는 2위(2010), 독일 하노버 국제콩쿠르 우승(2012) 등 출전한 콩쿠르 7곳에서 모두 입상하는 등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최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김다미는 "예전보다 여유가 더 생겼다"고 방긋 웃었다. "어렸을 때는 내일 당장 연주가 있어야 한다는 조급함이 있었다. 남들에게 내 연주를 보여줄 기회를 많이 가져야 한다는 쫓김도 있었다."

콩쿠르에 매달리다 보니 자신의 성격이 신경질적으로 변한 듯했다. "완벽한 연주를 보여줘야 한다는 스트레스와 긴장감이 극에 달하니, 날카롭고 신경질적이 됐다. 그런 성격이 음악에 반영되더라."

김다미의 지금 모습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녀는 클래식 음악계에 인성과 사람 좋기로 유명하다. "그런 콩쿠르 생활을 멈춘 뒤 성격과 소리가 둥글둥글해졌다"고 웃었다.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콩쿠르와 함께 한 시절이 감사하다고 했다. "그런 시간이 없었으면 지금처럼 연주 기회가 충분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마음이다.

김다미는 지난해 여름 세계 최고 클래식축제로 꼽히는 루체른페스티벌에서 데뷔 리사이틀을 성료하는 등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연주자로서 젊은 나이임에도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경지다.

"연주자도 스포츠 선수처럼 나이를 먹으면 손가락 근육 한계 등으로 인해 기술적인 부분은 점차 떨어진다. 과거 젊은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들고, 파릇파릇하게 치고 올라오는 젊은 연주자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마음을 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바이올린 외에 다른 부분에서도 행복감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평소 요리하는 동영상, 메이크업을 알려주는 동영상을 많이 본다. (클래식음악계 외)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연주도 중요하지만 내 삶 자체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아가고 있다."

학업에도 열심이다.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미하일라 마틴을 사사하고 있는 그녀는 가을부터 뉴욕주립대 박사과정에 진학할 예정이다. "음악 이론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음악 역사에 대한 지식이 뒷받침돼야 하더라. 본능이나 감각으로만 연주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걸 최근 느꼈다. 길게 연주를 하고 싶다. 그래서 역사 등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마다 성숙해지는 김다미의 연주력은 리사이틀 '바로크 & 판타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01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 후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약 중인 그녀가 국내에서 처음 자신만의 이름을 내걸고 정식으로 펼치는 리사이틀이다. 3년5개월 만에 서울에서 여는 단독 리사이틀이지만, 그 전까지 김다미 앞에 주최 측의 타이틀이 함께 따랐다.

이질적인 장르로 알려진 고전 이전의 바로크와 낭만의 판타지 프로그램을 나란히 배치하며 업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바로크의 오블리가토(즉흥성)를 모티브로 판타지의 자유로움을 선사한다. 첫인상은 엄격함을 고수하는 고전적이고 차가운 이미지이나 알고 보면 따듯함과 낭만으로 가득한 김다미를 실제 만나는 순간이다.

비발디의 바이올린 소나타 라장조 작품 10, 비탈리의 샤콘느, 타르티니의 바이올린 소나타 사단조 '악마의 트릴'이 1부 바로크를 구성한다. 국내에서 듣기 힘든 '악마의 트릴'은 바로크와 판타지의 다리를 잇는 역을 한다. 슈만의 환상소곡집 작품 73, 드뷔시의 바이올린 소나타 사단조 작품 140, 사라사테의 카르멘 판타지 작품 25로 이어지는 2부 판타지 속으로 풍덩 빠져들 수 있는 이유다.

▲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첫 국내 리사이틀
"클래식 음악가의 시발점은 바로크 영역의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대의 음악은 나이를 먹어서도 계속해야 한다. 처음에는 이번 리사이틀을 고전 음악 위주로 구성하려 했다. 대중적이지 않고, 심오한 음악으로 채우려고 했다. 근데 나이를 더 먹기 전에 내 테크닉을 보여줄 수 있는 곡들을 고르고 싶은 마음도 있더라. 이번 프로그램은 그 중간점에 있다."

바로크 음악은 형식화된 이미지로만 박혀 있다. 하지만 "그 시대 음악가들은 요즘 재즈 뮤지션들처럼 즉흥으로 연주할 수 있도록 악보를 썼다. 그렇게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살려보고자 했다"고 했다. 반대로 낭만주의의 대표주자인 슈만은 "멜로디 라인은 서정적인데 그 밑 반주는 불안한, 이중성을 갖추고 있어 재미있다"고 전했다.

다양한 생각이 녹아 들어가 있지만 프로그램을 짤 때 "엄청나게 많은 의미를 담고 싶지는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지금 내 나이에 내가 느끼고 있는 것들을 이 음악을 통해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었다"는 마음이다. "지금 하는 음악이 나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눈을 반짝였다.

"지금 내가 하는 음악이 그냥 나다. 나만 잘 표현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50, 60대 바이올리니스트들을 보면 테크닉이 예전만큼 못하거나 모든 음정이 완벽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삶이 묻어나면서 더 심오한 음악을 선보인다. 노력한다고 되는 부분이 아니다. 사람이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음악이 달라지는 것이 신기하더라. 그래서 지금 내 나이보다 깊은 음악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 나중에 지식이나 삶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음악에 녹아들어 갔으면 한다."

6월3일 오후 7시30분 광주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 9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솔리스트이자 '트리오 제이드'의 피아니스트인 이효주가 호흡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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